수집상에서 농산물 수급정책 파트너 ‘우뚝’…산지유통인 ‘어제와 오늘’

2025-03-11

산지유통인과 농업법인의 전국단위 조직체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과거 산지유통인은 ‘수집상’으로 불리며 농산물 가격 급등락의 발생 주범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정부의 어엿한 ‘수급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산지유통인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봤다.

‘산지유통인’ 등록증 발부 등 제도권으로 편입=산지유통인의 역사는 조선시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연합회에 따르면 나라가 위급할 때 식량을 조달하는 등의 일을 하던 ‘보부상’이 산지유통인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부상’을 거쳐 ‘수집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산지유통인은 본래 정식 명칭이나 조직 없이 개별적으로 활동했다. 알음알음 산지 농민으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인 후 시장에 내다 팔았는데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졌다. 개별 산지유통인이 취급하는 농산물은 점차 늘었고 당시 정부로선 이 물량을 정확히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1990년대 중반 정부가 이들에게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제안하게 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산지에서 수집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수와 취급물량 등을 정보화하는 ‘산지유통인 등록제’가 1995년 신설됐고, 전국단위의 산지유통인을 조직화한 ‘전국농산물산지유통인연합회’가 출범했다. 설립 초기 유통인 개인단위로 구성됐던 연합회는 이후 농업법인까지 아우르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2011년 명칭을 지금의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로 바꿨다.

산지유통인이 주로 취급하는 품목은 무·배추·양배추 등 노지채소다. 양파·감자·당근·고구마·쪽파·대파 등도 일부 취급한다. 이광형 연합회 사무총장은 “과거 사과·배 등 과일까지 취급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그러다 산지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가 하나둘 생겨나며 자연스레 해당 품목들에선 산지유통인의 역할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수급정책 파트너로 자리매김=오늘날 산지유통인은 농촌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꼽힌다. 고령화된 농촌 인력을 대신해 농가와 밭 단위로 계약한 후 농산물 재배·수확·출하·유통 등의 과정을 사실상 도맡기 때문이다. 연합회의 수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중앙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런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서울웨딩타워에서 열린 연합회 창립 30주년 기념 정기총회에는 정부와 업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산지유통인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이상용 대아청과 대표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농산물 수급의 핵심주체이자 정부의 정책 동반자로 거듭난 산지유통인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신우식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기후변화로 농업 전반에서 생산·유통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생산자 경영안정과 정부의 수급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산지유통인과 함께 이뤄가자”고 말했다.

서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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