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쉬워서 더 재밌다, 구기 3종 장점 모은 피클볼

2025-10-26

테니스의 묵직함, 탁구의 경쾌함 그리고 배드민턴의 박진감까지 이들 장점을 한데 모은 스포츠가 있습니다. 바로 피클볼(Pickleball)인데요. 미국에서는 피클볼이 국민 스포츠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이 즐긴다고 해요. 미국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SFI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피클볼 참여 인구는 2022년 870만 명에서 2024년 1400만 명 이상으로 약 2배가량 급증했죠.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엠마 왓슨 등이 피클볼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해요. 일흔이 넘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피클볼 하는 영상을 올리며 무려 50년 전부터 즐겨왔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고요. 이처럼 청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피클볼의 장점은 쉽게 그리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트 규모도 크지 않아 협소한 곳에서도 경기할 수 있는 접근성 덕에 국내에도 피클볼 코트가 점점 늘고 있고요.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피클볼의 시작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1965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의 한 마을에서 세 명의 아버지(조엘 프리처드·빌 벨·바니 매컬럼)가 지루해하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위해 만든 놀이라고 해요. 당시 이들은 배드민턴 코트를 사용하려 했으나 셔틀콕이 없어, 대신 플라스틱 공과 나무패들(paddle)을 이용해 즉흥적으로 게임에 임했죠. 그렇게 ‘테니스·배드민턴·탁구’를 섞은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피클볼'이 나왔습니다. 이름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게임의 룰을 혼합한 것이 조정 경기의 남은 선수들로 구성된 혼성팀인 '피클 보트'를 연상시킨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한 창립자의 반려견 이름 ‘피클(Pickle)’에서 따왔다는 설 등이죠.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피클볼을 체험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성동구에 있는 테니스포레 피클볼을 찾았습니다. 조민정 코치가 김보경·전서진 학생기자에게 라켓과 공을 건네며 "피클볼 라켓은 패들이라고 불러요. 테니스랑 비슷한 스포츠인데, 공은 전혀 다르죠?"라고 말했죠. "테니스공보다 더 단단하고 구멍이 뚫려 있어요." 서진 학생기자가 말하자 조 코치는 "맞아요. 테니스공은 고무인데, 이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패들로 치면 더 경쾌한 소리가 나요"라고 설명했어요.

“피클볼 규칙도 알려주세요.” 보경 학생기자 질문에 조 코치는 “피클볼의 규칙은 간단해요. 테니스보다 코트가 작고, 네트도 낮으며, 라켓 대신 이 패들을 사용하고요. 표면에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공은 테니스공보다 속도가 느리고 반발력이 약한 것이 특징이에요. 경기는 1대1(싱글) 또는 2대2(복식)로 진행하며 언더핸드 서브를 사용하고 공은 반드시 대각선 방향으로 넘겨야 하죠. 서브가 성공하면 공은 양쪽에서 한 번씩 바운스된 뒤에야 네트 앞쪽으로 나가 ‘발리’(공이 바닥에 닿기 전 타격)가 가능한데, 이를 ‘투 바운스 룰(Two-Bounce Rule)’이라고 합니다”라고 말했어요.

또 네트 앞 약 2m 구간을 ‘노발리 존(No-Volley Zone·키친)’이라고 하는데, 이 구역 안에서는 공이 바운스된 후에만 칠 수 있어요. 이는 강한 공격을 방지하고 전략적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규칙으로 전해져요. “경기는 보통 11점 선취로 진행되며, 반드시 2점 차로 이겨야 해요. 빠른 반응과 위치 선점, 키친 존 활용, 상대 약점 공략 등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으로 꼽히죠. 테니스보다 단순하지만, 순간적인 판단력과 정확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스포츠로 알려져 있어요.” 두 학생기자를 코트로 부른 조 코치는 피클볼 기본 동작은 준비 자세, 포핸드 스트로크(forehand stroke), 백핸드(backhand stroke), 딩크(dink) 등으로 나뉜다며 차례대로 배워보자고 제안했죠.

“기본 준비 자세는 무릎을 굽히고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린 후, 허리를 살짝 뒤로 빼면 돼요.” 조 코치 말에 두 학생기자가 나란히 코트에 서서 기본 준비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에 조 코치는 보경 학생기자에게 "발끝 앞에서 공을 맞혀 봐요. 이때 공이 바운스된 다음에 가장 높은 지점에서 치는 게 좋아요"라며 공을 건넸어요. 보경 학생기자는 피클볼이 처음이었는데도 경쾌한 소리를 내며 공을 받아쳤죠. "잘했어요. 공을 칠 때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패들 면이 하늘을 향한 상태에서 공을 가볍게 밀어주듯 치는 것이 중요해요."

이어 조 코치가 서진 학생기자 쪽에 공을 보내자 부드러운 스윙을 하며 공을 반대편으로 보냈습니다. 연이어 몇 차례 랠리를 이어나갔어요. '포핸드 스트로크' 기술에서는 공을 발 앞에 두고 타격하며, 때린 후에는 채찍처럼 팔을 뻗어 공의 진행 방향을 정확하게 맞추는 마무리 동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죠. '백핸드 스트로크'는 두 손으로 패들을 잡고 공이 몸의 왼쪽으로 오면 몸을 회전하며 패들을 앞으로 내밀어 공을 치는 거예요. 이번엔 서진 학생기자한테 먼저 공을 보내자 공과 패들이 맞닿아 만든 '딱' 소리가 코트 안을 가득 메웠어요. 조 코치는 "공을 친 후 팔을 쭉 뻗어 귀 옆까지 보내고, 몸은 자연스럽게 일어서면서 손목을 펴줘야 해요"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기술은 필요에 따라 공에 스핀을 줘서 상대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공격 방법이죠.

다음으로 배울 기술은 네트 근처의 ‘키친 존’에서 짧게 툭 치는 공격 ‘딩크’였어요. “딩크는 낮고 짧게, 상대방이 공격하기 어렵게 공을 넘기는 기술이에요. 핵심은 힘이 아닌 섬세한 컨트롤과 타이밍에 있죠. 상대방을 수비 위치로 몰아넣어 공격을 유리하게 끌어내는 전략적 샷으로 딩크를 통해 상대방을 지치게 하거나 실수를 유도하여 공격 기회를 노릴 수 있어요.” 조 코치 말대로 딩크는 상대방의 수비 위치를 흔들고, 상대를 올려치게 만드는 전략으로 게임의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테니스를 배웠는데, 피클볼이 테니스랑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서진 학생기자 말에 조 코치는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또 달라요. 우선 테니스는 강한 스트로크와 긴 코트 이동이 필요해 초보자에게 어렵고 기술을 연마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요. 그러나 피클볼은 작은 코트와 가벼운 공 덕분에 체력 부담이 적고, 짧은 시간 안에 기본기를 익힐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경기 시간도 짧아 집중력 유지도 쉽고요. 그래서 어린아이나 노년층이 즐기기에 적합하죠”라고 했어요.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피클볼 열기가 뜨거워요. 지난 2023년부터 생활체육 피클볼 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학교 체육 시간이나 지역 청소년센터 프로그램에 피클볼이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죠. 이처럼 피클볼이 세계 곳곳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28년 LA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요.

“방금 학생기자 여러분처럼 기본동작이랑 공격, 수비, 규칙 정도만 배우면 바로 경기에 뛸 수 있어요. 이게 피클볼의 매력이죠.” 조 코치 말이 끝나자 네트를 가운데에 두고 두 학생기자가 마주 보고 섰습니다. 서진 학생기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팔을 뻗자 공이 네트를 넘었고 보경 학생기자가 패들을 갖다 대며 수비 자세를 취했죠. 두 학생기자의 팽팽한 랠리가 이어졌어요.

“오늘 처음 배웠는데도 경기가 제법 긴장감 있죠?” 조 코치 말에 두 학생기자가 “네,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한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진 학생기자 말에 조 코치는 “청소년들이 피클볼 배울 때 가장 주의할 게 서진 학생기자처럼 너무 재미있다고 흥분하면 다칠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한답니다”라면서 웃자, 두 학생기자도 활짝 미소 지었습니다.

“피클볼의 운동 효과가 궁금해요,” 보경 학생기자 묻자 조 코치는 “청소년이 피클볼을 꾸준히 하면 신체와 정신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 있어요. 우선 테니스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유산소·무산소 운동을 모두 포함해 체력 발달에 도움을 줘요. 또 복식 경기 중심이라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포츠맨십과 규칙 존중의 태도도 기를 수 있고요”라고 강조했죠. 이외에도 빠른 판단과 리듬감 있는 플레이는 집중력을 높이고, 게임의 즐거움은 학업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적입니다. 더불어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과 자존감 향상에도 좋고요. 이처럼 경쟁보다 즐거움, 승패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스포츠로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이 피클볼을 즐길 것으로 전망돼요.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처음에는 피클볼에 대해 잘 몰라서 궁금했는데, 한국에서만 아직 생소한 스포츠라는 얘길 듣고 놀랐어요. 피클볼은 쉽게 또 금방 배울 수 있는 게 특징이었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서 저처럼 체력이 좋지 않은 청소년이어도 흥미롭게 즐길 수 있어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기본 동작만 알아도 바로 게임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이렇게 간편하고 재미있는 스포츠를 학교에서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많은 사람이 피클볼을 하고 있다는데 더 유명해져서 어디서든 쉽게 피클볼 게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운동은 싫지만, 체력을 기르고 싶거나 재미있게 운동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피클볼을 추천하고 싶어요.

김보경(서울 둔촌초 6) 학생기자

피클볼은 한마디로 너무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저는 테니스를 오래 배웠고 탁구와 배드민턴도 자주 했는데, 이 운동들의 장점을 모두 종합한 것이 피클볼이었어요. 테니스는 긴 시간 하다 보면 힘이 달리는데 피클볼은 테니스보다 적은 힘으로 쉽게 즐길 수 있어서 즐겁게 경기했어요. 특히 공과 패들이 맞닿는 순간의 쾌감은 스트레스가 풀릴 정도로 시원한 느낌이었죠. 이렇게 좋은 운동을 생활 속에서 자주 즐길 수 있다면 청소년들의 건강과 성장에도 매우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취재 후 가족들과 피클볼을 치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번 취재로 피클볼을 알게 되어 참 기쁘고 꾸준히 해볼 생각이에요.

전서진(서울 반원초 5) 학생기자

글=이보라 기자 lee.bora3@joins.com,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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