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뉴섬 주지사 겨냥 “무능한 정치인” 원색적 비난
‘물 복원 서약’ 허위 주장도…뉴섬 “비극을 정쟁화 말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사진)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무능한 정치인들이 대형 재난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며 주 당국을 맹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난 대응과 관련한 허위 정보까지 퍼뜨리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민주·오른쪽)는 “재난을 정쟁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LA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데도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쩔 줄 모르고 있다”며 “멋진 집들 수천채를 불태운 사상 최악의 재난인데, 왜 불을 끄지 못하는 거냐”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연일 캘리포니아주 당국의 재난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과 사이가 나쁜 뉴섬 주지사를 향해 ‘좌파 정부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는 등 원색적인 비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대통령 특별임무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는 엑스(옛 트위터)에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극좌 정책이 말 그대로 모든 걸 불태우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당선인은 허위 주장까지 동원했다. 지난 8일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게 뉴섬 주지사 탓”이라며 “지금 캘리포니아에는 소방용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뉴섬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북부에 내린 많은 양의 비와 눈에서 더 많은 물을 끌어올 수 있는 ‘물 복원 서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쓸모없는 어종을 보호하겠다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위한 물은 신경도 쓰지 않았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당국이 물고기 보호를 위해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물의 양을 제한해 이번 화재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우선 ‘물 복원 서약’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북부에서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는 물을 관리하는 것과 남부 지역 화재 진압에 쓰이는 소방용수를 연결 지을 근거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 산하 물정책센터의 제프리 마운트 수석연구원은 “북부의 물을 어떻게 쓰는지는 남부에서 벌어진 화재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용수가 없다’는 트럼프 당선인 주장과 달리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에는 물이 저장돼 있으며, 물 부족은 문제가 아니다. 화재 진압에 필요한 인력 등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문제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고갈시켰다”는 거짓말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재난 관련 예산안을 승인해 현재 270억달러(약 40조원) 예산이 남아 있으며, 이번 LA 화재 진압에도 예산이 쓰였다고 FEMA는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잃었는데도 트럼프 당선인은 비극을 정쟁화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의 비극을 정쟁화하거나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서는 “산불 현장에 직접 와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방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