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AI 교과서, 이대로 시행 안 된다

2024-10-27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AI 교과서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지난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I 교과서 도입을 중단하거나 유예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의에 “2025년 AI 교과서 영어, 수학, 정보 출판사는 검인정 체제를 통해 11월 말에 확정돼 어떻게 변경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2026년 이후 전문가 검토와 시도교육청 협의를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검인정이 오는 11월 말에 확정된다는 것은 당장 내년 신학기에 쓸 교과서를 아직도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교실엔 초고속 인터넷망 등 기본 설비도 갖춰지지 않았다. 내후년 이후 손을 보겠다는 것도 실소를 자아낸다. 학생들을 위해 AI 교과서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AI 교과서를 위해 학생을 실험용으로 쓰겠다는 얘기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교육부의 AI 교과서는 내년에 초등 3~4학년·중고등 1학년부터 도입된다. 내후년엔 초 5∼6과 중 2, 2027년엔 중 3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초중고교 교육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시도교육감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인천·대전·광주·울산·세종·충남·전북·전남·경남 등 9개 교육청이 ‘신중’ 입장을 밝혔다.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AI 교과서 전면 유예를 주장한 정근식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초중고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AI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고,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설문 조사도 있다(지난 8월7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

AI 교과서 사업엔 천문학적 교육 예산이 투입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내년에만 4067억원이 필요하고 2026년엔 1조633억원, 2027년엔 1조5212억원, 2028년에는 연 1조7343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기초학력 증진 예산이나 다문화 교육 예산, 노후 학교 시설 개선 사업 등의 예산은 앞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AI 교과서의 부작용이다. 그러잖아도 아이들이 휴대폰에 빠져 있는데 교실에서마저 종이책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보다 먼저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스웨덴은 학생들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를 이유로 이를 폐지했다고 한다.

교육계에선 당국과 사교육 업체의 유착설이 일고,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학교수가 차기 교육부 수장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AI 교과서 운용 알고리즘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학생들의 민감한 개인 정보가 새나갈 우려도 있다. AI 교과서는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정부는 AI 교과서 정책을 전면 유예하고, 국회는 관련 예산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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