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나 국가를 움직이는 힘이 '소프트파워'에서 나오는 시대다. 일견 우리 경제도 크게는 자동차·조선 등 큰 재화에서부터 작게는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만들기 능력'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앞으로 미래는 '상상하는 능력'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디자인하던 것을 AI가, 철판을 자르고 붙이고 하던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대신하게된 시대에 사람들은 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SW)에 집중하게 된다. AI시대는 곧 SW의 시대인 셈이다.
SW산업계가 새 정부 출범을 열흘 남짓 앞두고, 이같은 시대흐름에 기초한 정부 조직 구성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 '인공지능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격상하는 정책공약 제언서를 각 캠프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에서 비슷한 지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가 제안된 바 있지만, 이번엔 AI시대 중추를 책임지는 SW산업 대표 단체에 의해 제안됐다는 점에서 산업적 토대나 비중이 무겁다. 더구나 인공지능을 부처명 제일 앞에 내세움으로써, 어느 당 후보든 당선시 AI 육성을 최우선 실행과제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까지 높였다는 의의가 있다.
SW산업협회는 부처 위상 제고와 함께 국가 연구개발(R&D) 거버넌스의 정점에서부터 AI를 다루고, 활용해야하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AI 데이터 기본 거래법' 입법 △지역 거점형 AI 컴퓨팅센터 10개 구축 △초격차 AI·SW 선도인재 10만명 양성 같은 구체인 방안도 공약안에 넣었다.
짧은 대선 기간과 비슷한 사회 상황인식 때문에 후보별 특정된 공약이 나오기 어렵다. 여러 공약이 중첩돼 나오거나 비슷비슷한 내용과 제안에 유권자들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번 SW산업계의 제안은 분명히 그 성격과 전문성, 지향성이 다르다. AI 대전환이란 시대요구에 맞게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낼 가장 현실적으로 필요한 요청에 가깝다. 후보들 또한 여러 전문가 채널과 패널들의 의견을 종합해 듣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처럼 업계 단체의 합의된 의견과 필요 제안이 하나로 도출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어렵게 만들어진 AI시대로 가는 업계의 '진언'을 각 후보자들이 다른 어떤 제안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AI·SW 기반사회로 이끄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