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도의 인공지능(AI) 시장에 딥시크가 도전장을 냈다고 떠들썩 했다. 그런데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점을 두고 의견이 다분하다. 딥시크의 독자적 시장진입 전략일까 아니면 중국의 큰그림인가?
군의 지휘통제이론에 의하면 전장의 불확실성, 가용시간, 투입 전투자산 사이에는 함수관계가 존재한다. 여러 전장상황별 실증 함수관계는 아마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면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휘관이 결심을 내리는 순간은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정보참모와 시간을 관리하는 작전참모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국가는 딥시크가 던진 AI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딥시크발 논란과 유사한 사례가 1997년에도 있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한 암호화메커니즘이 수학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로 밝혀졌다. 정보보안이 사이버보안, 사이버안보 등으로 발전하고 군에서도 정보전, 사이버전, 초한전, 하이브리드전 등으로 발전 혹은 분화했다. 사이버공간을 지킨다는 것이 단순한 해킹이나 보안대책이라는 기술적 수준을 넘어 사이버세상을 사는 국민의 인권과 국부를 지키는 국가전략이 되었다.
2025년, 딥시크가 공개됐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딥시크가 왜 오픈소스 정책으로 AI 시장을 흔들고 있는지 그 의문을 풀 실마리도 여기에 있기때문이다.
국부의 축적방식과 전쟁의 방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관점에서 딥시크의 출현을 해석해 보자. 인류는 본격적인 정보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의 중간에 나타난 사이버혁명을 거치면서 사이버공간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출현했다. 이어 AI 기술이 사이버공간의 실험실을 나와 명실공히 새로운 부의 창출수단이 됐다. 이에 맞서는 새로운 전쟁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팔란티어의 창업자 알렉스 카프가 말한 것처럼 '모든 기술은 위험'하고 이는 AI 기술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필자에게도 AI기술의 취약점이 하나 둘 보인다. 다양한 형태의 위협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정보기술(IT)의 양면성이고 이 때문에 사이버전쟁이 등장했다.
아직은 AI가 가져올 국가위협의 본질이 무엇일까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정보혁명의 시대에 부가 한 곳으로 집중하는 구조를 파괴하는 전쟁방식은 있다.
정보전의 형태에는 아군의 정보수집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유리한 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도 있다. 경제영역으로 들어오면 상대의 데이터 기반 국부창출의 '파이'를 크게도 작게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딥시크의 오픈소스는 미국 주도의 AI 기반 지식경제 시장구조를 분할하는 효과는 충분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딥시크의 등장과 오픈소스 정책의 배경에는 어떤 국가대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임을 감안할 때 필자는 여기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농업혁명시대의 토지전쟁, 산업혁명시대의 석유전쟁, 정보혁명시대의 데이터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딥시크는 전 세계인의 접근이 용이한 AI기술을 적어도 당분간은 계속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국가이익 측면에서 AI기술의 발달에 따른 세상의 변화가 가져올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이에 대해 미국의 AI기업과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낼 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을 놓고 정책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 개월 단위로 시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에 들어와 있다.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다 잘 써야 한다.
신인섭 육군 준장·정보기술 박사·전 대통령사이버안보비서관 general.shingyebae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