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중견 알뜰폰(MVNO) 사업자들도 올해부터 전파사용료 납부를 시작하면서 비용 부담이 본격화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로 알뜰폰 시장이 위축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재무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앙전파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알뜰폰 사업자의 전파사용료 납부액은 총 72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전파사용에 대한 징수액이다. 작년 4분기 사용분이 청구된 1분기에는 60억3800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올해부터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에게도 전파사용료 납부 의무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파법 시행령 제90조를 개정해 올해부터 중소 알뜰폰도 전파사용료의 20%를 납부하도록 했다. 작년까지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사만 부담했고 중소 사업자는 전액 면제였다.
이번 분기 납부액인 72억2400만원 가운데 중소 알뜰폰 업체가 부담한 금액은 10억원 정도다. 나머지는 대기업 계열 알뜰폰이 냈다. 당장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정부는 중소 알뜰폰사에 대해서도 내년에는 50%, 2027년부터는 전액 부과하기로 했다. 중소 알뜰폰사의 징수액은 올해 40억원, 내년에는 8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알뜰폰사는 재무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전파사용료는 감면계수를 적용해 회선당 약 1200원 수준이다. 전액 납부 의무가 부과되는 2027년부터는 10만 회선을 보유한 알뜰폰사는 연간 4억8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영세 알뜰폰 업체의 경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알뜰폰 업계는 최근 단통법 폐지와 지원금 경쟁이 맞물리며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통사의 단말 보조금 확대가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폐지되면서 경쟁 상황에 따라 통신사를 통한 구매가 더 유리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사후규제 전환으로 도매대가 인하 협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파료 감면 등 실질적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중소 사업자는 줄도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파사용료도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 사업자 규모와 이용자 수, 경쟁 구도를 고려한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단계적 상향을 앞둔 납부율 역시 속도 조절을 원하는 분위기다.
정부도 알뜰폰 활성화 의지를 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신 공약으로 알뜰폰·자급제폰 활성화, 전국민 데이터 안심요금제 도입 등을 내건 바 있다. 알뜰폰 종량형 요금제에도 서비스품질유지(QoS) 옵션 제공이 의무화되면 소비자의 요금 선택권도 넓어질 전망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