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족 1000만 시대…한강변 '러너카페'는 문전성시

2025-11-04

“짐은 캐비닛에 두고 달리고 오시면 됩니다. 이용료는 3시간에 2000원입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는 고글과 모자를 벗고 땀을 닦으며 음료를 주문하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카페 지하 공간에 마련된 캐비닛에 비치된 물티슈와 쿨링 스틱으로 연신 열기를 식히며 손에 든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있었다. 최근 점심 시간을 활용해 러닝 운동을 하는 직장인을 겨냥해 짐을 잠시 보관해주고 샤워실을 운영하거나 커피나 에너지음료 등을 파는 ‘러너 카페’의 풍경이다.

러너 카페에서 근무하는 20대 직원 A 씨는 “평일에도 운동을 마치고 방문하는 손님이 많고, 주말 오전에는 방문객이 30~40명은 족히 된다”며 “요즘 러닝족이 많아 맞춤 음료를 새로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카페는 러너들을 겨냥해 운동 전후 마시기 좋은 ‘런부스트’ ‘프레시 피니시’ 같은 메뉴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러닝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강 러닝 코스 주변 카페들도 잇따라 ‘러너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9년째 잠수대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 씨는 최근 매장 한쪽에 러닝 의류와 기능성 제품을 진열했다. 그는 “올해부터 러닝 고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자연스럽게 판매를 시작했다”며 “커피 마시러 왔다가 러닝 장비를 보고 구매하는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다른 카페는 샤워실을 운영하며 수건이나 샴푸·보디워시 등 간단한 위생용품을 팔기도 한다. 러닝 문화가 카페로 확산되며 도심 상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용산이나 반포 등 ‘러닝 성지’에 위치한 카페들은 치열하게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용산구의 한 카페는 러닝 기록을 인증하면 음료를 할인해주고 강동구의 또 다른 카페는 누적 거리만큼 할인율을 제공하는 ‘러닝 마일리지제’를 운영한다.

러너들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반포의 한 편의점 직원 C 씨는 “단백질 음료나 이온음료 판매가 늘어 지난해보다 발주량이 30%는 증가한 것 같다”며 “운동복 차림 손님이 많아져 스포츠음료를 더 눈에 띄게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너들이 몰리는 주말 오전과 저녁에는 스포츠음료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소비를 이끄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닝을 체력 단련이 아니라 사람들과 교류하고 휴식하는 하나의 문화적 활동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지만 크루 활동이나 카페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면서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며 “운동 후 머무는 공간이 새로운 소비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러닝족을 노린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러너 수요가 반포·한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상권 경쟁이 과열되고 차별화 투자로 인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창업 멘토링 플랫폼 창톡의 노승욱 대표는 “러닝족을 겨냥한 매장은 차별화 효과가 크지만 일반 고객층을 놓칠 수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초기 화제성에 비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운영 중인 핀다 관계자도 “러닝 특성상 혹서기와 혹한기처럼 활동에 제약을 받는 시기가 명확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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