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김보미씨(43)는 온라인에서 달걀을 구매할 때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번호를 반드시 확인한다. 10자리 가운데 맨 끝 번호로 사육환경 정보를 알 수 있는데, 방사(1번) 또는 평사(2번)에서 자란 닭이 낳은 달걀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그는 “1인가구라 달걀을 많이 살 일이 없어서 가격보다는 건강·환경에 이로운 축산물을 고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축산물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시대가 되면서 소비성향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건강·환경을 고려해 ‘동물복지’ 축산물을 찾거나, 편리성을 내건 축산물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온라인 축산물시장을 관통할 핵심 단어를 업계 축산물 전문가를 통해 추렸다.
◆저렴한 양념육, 고가 한우고기 특수부위 잘 나가…‘양극화’=미식 수요가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극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우선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과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농협 라이블리’ 관계자는 “최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양념육이 잘 나가는 편”이라면서 “간장불고기나 LA갈비 할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보다는 맛·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층도 두껍게 형성되는 추세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고기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3%, 한우고기 특수부위는 28.5%의 성장률을 보였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고기를 활용한 ‘프리미엄 식탁문화’가 정착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함께 올해도 대규모 소비 촉진 행사를 여러차례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냉동제품, 닭 특수부위 등 수요 커져…‘간편함’=1·2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편의성을 중시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2023년 기준 1인가구 비중이 35%대를 넘어가면서 소용량·소포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냉동제품 선호 ▲국·탕·찌개용 밀키트(meal kit·반조리식품)와 간편식 성장 ▲계육 등의 특수부위 선호도 온라인 축산물시장의 눈에 띄는 변화로 꼽힌다.
이호종 SSG닷컴 축수산팀장은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텔레비전·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요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쏟아진다”면서 “간편식 선호도가 높아지고, 집밥의 고급화가 이뤄지는 추세에 맞춰 유명 레스토랑이나 셰프 요리법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탄고지 식단, 돼지 앞다리살 인기몰이…‘친환경’=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문화 전반의 분위기도 온라인 축산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도 최근 친환경·무항생제·동물복지 등 분야를 세분화해 판매 전략을 세우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몰 ‘쿠팡’ 등에서는 달걀을 파는 입점 업체가 ‘난각번호 1번’ ‘무항생제’ ‘자유방목’ ‘동물복지’ 문구를 앞다퉈 내세우면서 경쟁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농협 라이블리 관계자는 “신생아가 있는 주부나 산모를 중심으로 ‘친환경 한우 다짐육’을 구매하려는 소비패턴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열풍이 불면서 닭가슴살, 돼지 앞다리살 수요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면서 “축산업계도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사양 방법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돈은 후기 사료단계에서 고단백·저지방 사료를 급여해 지방 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