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산 시민단체 본사로 몰려와 공사 시작 요구
현대건설 컨소시엄, 84개월 아닌 108개월 공기 고집
바닷 속 연약지반 31.5m 쌓는 초고난이도 프로젝트
건설업계 전문가 "안전과 품질 위해 공사기간 늘려야"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부산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이유로 현대건설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등에서는 오히려 현대건설이 물러서지 않았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짧은 공기 내 무리한 공사로 국가적 대형프로젝트의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가덕도신공항 유치 관련 부산·울산·경남 7개 시민단체들이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을 항의방문했다.
이들은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국가 공공사업의 신뢰 훼손 및 국민과 800만 부울경 시도민의 바람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 측에 신공항 건설 계약 이행과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며 집회 후 삭발식과 함께 항의서한을 현대건설에 전달했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서울까지 올라와 현대건설을 상대로 시위에 나선 이유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때문이다. 당초 현대건설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10조5800억 원 규모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앞서 4차례나 사업자 선정이 유찰될만큼 이제는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해당 컨소시엄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기존 84개월의 공사 기간을 108개월로 늘려 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수의계약 중단 절차에 착수,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게 됐다.
수차례 사업자 선정이 무산된 점을 고려하면 새 시공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인해 부산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실상 공사를 포기, 지역 염원이 담긴 공사를 지연시켰다며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등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안전과 시공품질을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애당초 84개월이라는 짧은 공기로 공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여의도 2.3배에 달하는 부지를 31.5m 높이로 쌓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최대 규모의 해상 공항 공사다. 이를 위해 공항 전체 면적의 약 59%에 달하는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문제는 공항 부지가 최대 심도 60m에 이르는 점토로 구성된 초연약지반이라는 점이다. 공항의 핵심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다. 활주로는 항공기 주행 하중은 물론 착륙 과정에서의 충격도 견뎌야 한다. 설계 기준치를 만족하는 수준까지 검증 기간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다. 때문에 충분한 성토 기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항공사고 가능성이 우려된다. 게다가 현장은 태풍 발생 시 최대 12m에 달하는 파도가 들이치는 곳이다.
이처럼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규모와 작업 환경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건설사에 기록될 정도로 어려운 공사다. 아무리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내외에서 각종 초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한 건설사들로 구성됐다지만 무리하게 짧은 공기를 요구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입찰 과정에서 공기를 늘려달라고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지역 민심 등 정치적 요인 때문에 84개월이라는 무리한 시공 조건을 유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전문가는 "공사 난이도 등 기술적인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지금처럼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현장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되려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어느때보다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과 품질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독 가덕도신공항 건설만큼은 예외로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