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 투자 받은 에이딘로보틱스는 어떤 곳?

2024-09-23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낼 때 너무 세게 잡아서 깨뜨리는 사람은 없다. 그랬다간 엄마한테 등짝을 맞아도 할 말이 없다. 로봇 회사들도 “우리 로봇이 이렇게나 사람 같아요”를 보여줄 때 주로 계란을 쓴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를 공개하면서 계란을 안 깨먹고 잘 집는 모습을 보여줬다. 테슬라 말고, 여기 또 다른 로봇 역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로 계란을 살포시 들어 올린다. 안 깨먹고.

예를 더 들어 보자. 로봇이 치킨을 튀기거나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어디선가 한 번 봤거나, 최소한 들어봤을 정도로는 많이 알려졌다. 이 로봇이 끓는 기름으로부터 치킨을 담아 올릴 때, 바스켓 안에 몇 조각이 들어 있느냐하는 그 무게에 따라 손아귀에 미세하게 힘을 더 주거나 덜 줘야 한다. 힘을 쓰는 방향 역시 조금씩 달라진다. 이게, 사람은 ‘감’으로 행하는 것인데 로봇은 이를 ‘센서’로 대신한다. 힘을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써야 하는지를 측정하고 알려주는 센서 말이다.

로봇의 손목과 같은 관절에 ‘힘/토크’라는 센서를 붙이면, 로봇은 조금 더 수월하게 자신이 들고 있는 물체의 무게를 인지하고, 그에 적당한 만큼의 힘을 줘서 떨어트리지 않고 작업을 수행한다.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봇이 아니라 바로 이 ‘힘/토크 센서’를 만드는 회사다.

센서를 만들어서, 레인보우로보틱스나 뉴로메카, 두산로보틱스 등과 같은 협동로봇 회사에 주로 공급한다. 협동로봇은 공장과 같은 생산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을 말한다. 협동로봇 외에도, 사람처럼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하는 로봇 손이나 혹은 사족보행 로봇의 발목 관절에도 자신들이 만든 힘/토크 센서를 공급한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이 힘/토크 센서로 1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에이딘로보틱스가 23일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 참여한 곳들은 한국투자파트너스, 포스코기술투자, CJ대한통운, 삼성넥스트, GS벤처스, 퓨처플레이 등이다. 투자자를 뜯어보면 힘/토크 센서를 잘 활용하거나, 혹은 연관 회사에 이미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곳들이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200억원이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사업분야로 다루기 때문에 로봇시장의 성장을 에이딘로보틱스도 함께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내 ‘로보틱스 이노베토리(Robotics Innovatory)’ 연구실에 있던 최혁렬, 이윤행 대표를 포함한 이들이 나와 만들었다. 힘/토크 센서라는 것이 세상에 없던 것이라 에이딘로보틱스가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원래 있었고, 심지어 널리 쓰였던 센서다. 그러나 ‘정확도가 높은데 비싼 제품’과 ‘저렴하지만 신뢰도는 좀 떨어지는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로봇 회사들의 페인 포인트를 짚어, ‘비교적 싼데 정확도를 높인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자신들의 차별점이라고 이 회사 측은 강조한다.

문제는 얼마나 싸고, 얼마나 정확하냐다. 앞서 언급한 ‘정확도는 높은데 비싼 센서’는 스트레인 게이지(Strain Gauge) 방식이다. 가해지는 힘에 따라 저항이 변하는 센서인데, 이를 통해 물체의 물리적 변형률을 측정한다. 다만 이 센서 단품 가격이 500만~1000만원 정도로, 심하면 로봇 값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싸다. 반대편에는 이보다는 싼 정전용량 방식의 센서도 있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전류나 전압값이 영향을 받아 결과에 노이즈가 많이 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근본적으로 에이딘로보틱스의 제품도 정전용량 방식이나, 프린지 이펙트(Fringe effect)를 사용, 기존 제품에서 일어나는 노이즈 발생 문제를 줄였다.

에이딘로보틱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전용량 측정방식과 스트레인 게이지 방식이라는 두 선택지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완, 제 3의 선택지를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힘/토크 센서를 활용해 ▲생산 자동화 힘제어 솔루션 ▲물류용 로봇 피킹 솔루션 ▲다목적 4족보행 로봇 솔루션 등 크게 세 가지 제품을 만들고 있다.

공장의 제조 공정에서 연마나 용접처럼 균일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에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거나, 물건을 집는 그리퍼를 손 끝에 단 로봇에 AI 비전 알고리즘을 결합해 물건의 위치 정보를 사전에 몰라도 제품을 찾아내 옮길 수 있게 하는 솔루션 등에 힘을 준다. 로봇 피킹 솔루션은 현재 국내 최대 택배 회사와 협업, 서비스 고도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별개로,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 등에 투입할 다목적 4족보행 로봇에도 힘/토크 센서를 써서 로봇이 균형을 잡고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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