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에서 브로맨스로 바뀐 한미정상회담…그 이후[송종호의 국정쏙쏙]

2025-09-01

#진도준 : 순양에 없는 게 있습니다. 진양철 회장 : 순양이 뭐가 부족하다꼬?

대한민국 1위 재벌 순양의 진양철 회장에게 큰 아버지, 고모도 눈치만 보는데 어린 진도준이 진 회장을 상대로 단독 거래를 하는 장면 기억하실까요. 순양에 없는 게 무엇이었을까요. 도준은 한 마디 말로 진양철 회장을 사로잡습니다. “서울대 법대 입학증을 가져다 드릴게요” 자수성가로 돈도 권력도 거머진 진 회장에게 없는 단 한가지 ‘명예’를 파고 들었던 것입니다.

워싱턴DC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서 한 동안 큰 인기를 얻었던 재벌집막내아들의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억만장자로 돈도 가졌고, 미국 대통령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없는 한 가지 ‘명예’를 이 대통령이 콕 짚어낸 발언. “(트럼트)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지원하겠다”는 발언은 이 대통령이 단숨에 트럼프 대통령을 사로잡아버린 순간입니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트럼프 협상기술

정상회담 3시간 여 전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메시지와 기자 질의에서 나온 ‘숙청’ ‘혁명’ ‘교회 압수수색’ ‘미군기지 정보수집’이라는 말이 전해졌을 때 참모들과 워싱턴DC에 머물던 취재진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의연·당당해서 대통령의 그 담담한 모습이 더 놀라웠다”고 답합니다. 기자들마저 혹시나 회담이 깨질까 노심초사하는 마당에 정작 회담에 나서는 이 대통령은 담담하게 임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는 일본 도쿄에서 미국행 공군 1호기 기내 간담회에서 살짝 드러나긴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을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자신이 펴낸 책인)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라고 답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펴낸 'Trump:the art of the deal'로 그의 독특한 협상 전략을 담은 베스트셀러입니다. 아래에 기본적인 트럼프 협상 11가지 원칙을 옮겨봅니다.

트럼프 협상스타일 11가치 원칙

내가 거리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때때로 목표에 미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원한 만큼의 목표를 달성한다.

1. 크게 생각하라

2. 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3.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4.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5. 지렛대를 사용하라.

6.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7. 언론을 이용하라.

8.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9.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10.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11.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해당 원칙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정상 간 협상을 어떻게 이끌고 임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내게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다.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내가 좀 다르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설명합니다.

정상회담 3시간 전에 ‘숙청, 혁명, 교회압수수색, 미군 정보수집’단어를 꺼내 든 의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게임을 설계한 것입니다. 강 실장은 “제가 생각할 때는 (이 대통령이)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술로 생각하셨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정상회담 전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에서 이 대통령이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라고 판단한 게 거의 다 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I want to be, a peacemaker and a unifier”

바둑과 비교하자면 포석이라고 할까요. 게임의 룰을 던진 것인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를 인용해 그를 무장해제 시켜버렸습니다.

“저는 평화 중재자이자 통합가가 되고 싶습니다(2025.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 트럼프 대통령은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지난 1월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가진 취임식 자리에서 “피스메이커가 되고 싶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정확하게 정조준해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회담에서 모두발언 후 전체를 통역했던 것과 달리 문장을 끊어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맞추면서 한마디씩 통역을 했다는 점이 승부수였습니다. 이른바 빌드업 전략.

한미정상회담 李대통령 모두발언

이 대통령=“트럼프 대통령께서 오벌오피스(회담 장소)를 새로 꾸몄는데 황금색으로 보이는 게 정말 보기 좋다”

행정관=(통역)

이 대통령=“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게 다우존스 지수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세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더라”

행정관=(통역)

이 대통령=“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동 여러 곳에서 전쟁들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대통령님처럼 평화에 관심을 갖고 실제 성과 낸 경우는 처음이다”

행정관=(통역)

북한 문제는 당초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타결은 봤지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관세협상과 동맹의 현대화,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를 통한 새로운 동맹 활로 등이 주요 포인트라고 생각했지만 이 대통령은 ‘평화’를 꺼내들어 피스 메이커·페이스 메이커로 의제를 완전히 바꿔버렸습니다.

이후 회담은 막힘이 없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하고,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백악관에서 양국 정상에게 질문을 던진 한국 취재진도 역할을 다했습니다. 과거 한국 대통령이 한마디 말도 못하고 앉아 있었던 난망한 일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들도 영어로 한국어로 다양하게 질문을 던지고 숙청 등의 단어를 SNS를 올린 이유도 물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그럴리가 없다. 오해다”라고 직접 밝힐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생방송 중에 오해라고 밝혔기에 이후 국내 정치적 잡음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비공개였던 백악관 캐비닛룸 오찬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라는 지도자는 (이 대통령이)처음이라며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욕구를 이 대통령이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드라마틱한 장면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미 브로맨스 넘어 오는 것들

이 대통령은 3박6일의 방일·방미 외교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습니다. 트럼프에게 망신을 당할 것이라며 내심 기대(?)했던 극우인사들은 쓴맛을 다셨고, 많은 국민들은 안도했습니다.

다만 이제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에 대한 각오 등을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상·안보 분야 협상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고, 동맹의 현대화도 넘어야할 산이 적지않은 현실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 정상회담도 아직은 “구상 초기단계”(위성락)로 전해진 형편으로 실제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위 실장을 비롯해 미국의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기류가 있습니다. 북한의 반응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통미봉남’전략일수 있지만 북한은 우리에겐 ‘상존 못할’ 상대라하면서도 미국과는 대화의 여지를 닫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CE에 김 위원장의 참석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10월 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돌 행사입니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10월은 뜨거운 한 달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든 자신이 2028년 LA올림픽까지 평화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임기중인 2028년 7월14~30일 LA올림픽이 끝나면 그해 가을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이어집니다. 재벌집막내아들 드라마의 주인공을 바꿔 이야기를 마무리해 봅니다. #이 대통령 : 트럼프 당신에게 없는 게 있습니다. 트럼프 : 나한테 뭐가 부족하다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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