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광화문까지 약 450m(오후 8시 30분 기준) 이어진 차로에 시민들이 줄지어 빼곡히 앉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기 위해서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퇴진비상행동)의 주도로 크리스마스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시민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내란 특검으로 책임자 처벌’ 등 피켓을 들었다.
윤 대통령의 공수처 출석 기한(25일)을 하루 앞두고 참가자들은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자”며 윤 대통령의 출석을 촉구했다. 황선일(30)씨는 “오늘 대통령 측의 공수처 출석 불응 기사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화가 나서 나왔다”며 “빨리 이 사태가 끝나고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이 크리스마스 소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흘러나오는 캐럴과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가수 하림, 세여울, 416합창단 등은 공연에 참여했다.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캐럴 ‘징글벨’이나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 대신 ‘탄핵벨 울려라’ ‘탄핵이 다비다’ 등 비상계엄 사태를 풍자한 ‘탄핵송’을 부르기도 했다.
친구 2명과 함께 참가한 안다민(25)씨는 “나라가 이러지만 않았어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집 밖으로 안 나왔을 텐데 탄핵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하나(25)씨는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교과서에서만 보던 일(비상계엄)이 일어나 화가 나서 처음 나오게 됐다. 전두환 세대를 겪은 부모님도 ‘시위에 나가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성탄절 이브를 맞아 시위 참가자들은 산타나 트리 모자 등 장식을 두르고 있었다. 의정부에서 온 여모(30)씨는 ‘허그’라고 쓰인 크리스마스트리 코스튬을 입고 시민들을 안아주고 있었다. 여씨는 “국민이 많이 지친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성탄절 거리가 촛불로 밝혀진 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이후 8년 만이다. 2016년 성탄절 이브에도 ‘퇴진 성탄절 시국 대회’가 열려 ‘징글박 송’ ‘근혜는 아니다’ 등 풍자 캐럴이 울려 퍼졌다. 당시에도 부모님과 촛불을 들고 참가했다는 이채원(22)씨는 “그때는 이적의 ‘걱정 말아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 크리스마스 집회는 응원봉도 알록달록하고 탄핵 응원도 콘서트처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 반대 집회도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100여명은 태극기를 들고 “윤석열 힘내라”며 만세 삼창을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강순자(69)씨는 “살면서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며 “나라를 지키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진실한 자가 승리하길 기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맞불 집회가 열렸다. 신자유연대 등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을 촉구하는 청년학생공동행동 단체를 향해 “야 XX 꺼져. 대한민국 망하는 거 보고 싶냐. 얼마 받고 왔냐”고 외치기도 했다. 중앙대생 황서현(23)씨는 “윤석열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매일 모였는데 결국 크리스마스가 됐다”며 “윤석열이 두 발 뻗고 관저에 머무는 한 매일 와서 구속과 탄핵을 외치겠다”고 했다.
퇴진비상행동은 오는 28일과 2024년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