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은 2006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까지 8년간(재선) 경기도지사로 일했다. 대한민국 출범 이후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8년을 재직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그의 역사만큼이나 손길이 스쳐 간 곳곳마다 흔적은 경기도 발전에 주춧돌이 됐다. 특히 세계 일류수준의 친환경(유기)농어업 육성, 풍요로운 복지 농어촌건설, 농어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전력투구(全力投球)한 도지사였다.
경기도지사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2007년 상반기에 유기농을 통해 토양을 보전하고, 생태계 순환 기반을 구축해 환경보호와 인류의 건강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생산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도정 정책을 선포했다. 인스턴트식품 대신 유기농산물 및 유기 생활용품을 위주로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키겠다는 각오였다. 유기농은 종(種) 다양성 및 생태순환에 기반하며, 부작용의 위험성을 배제하는 농업이다. 전통, 혁신, 과학과 더불어 유기농은 환경보호, 공정과 배려, 모든 생물의 건강 및 후생을 도모한다.
김문수 도지사는 2007년 6월 독일에 있는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본부를 방문해 2011년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OWC) 유치 의사를 밝혔다. 이어 2008년 6월에는 대규모 유치단을 구성해 16차 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모데나(Modena)에 파견했다. 대만, 필리핀과의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끝에 한국이 191표를 얻어 대만(49표), 필리핀(44표)을 압도적으로 물리치고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의 경기도 유치에 성공했다. 제17차 대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로 한국 유기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크다.
IFOAM은 전 세계 유기농 생산자, 가공업자, 유통업자, 연구자, 지도자들의 연합단체다. 유기농업의 실천과 확산을 통한 농업생태계 보전과 인류가 필요로 하는 안전한 먹거리를 충분히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기농을 장려함으로써 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 미래 세대를 위한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데 있다. 1972년 프랑스에서 결성된 IFOAM은 세계 120여개국에 850여개 회원단체가 가입해 있으며 독일 본(Bohn)에 본부가 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 유기농업협회,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 등 48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세계유기농대회는 IFOAM이 3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유기농 관련 최고의 권위가 있는 국제행사다. 국제학술대회로 유기농 발전을 위한 분야별·주제별 토론회, 유기농박람회, IFOAM 총회 등이 개최된다. 1977년 스위스 시싸하(Sissach)에서 제1차 대회가 치러진 이래, 2005년 제15차 대회는 호주에서, 2008년 제16차 대회는 이탈리아에서 열렸다. 2011년 제17차 대회 개최지는 대한민국 경기도로 결정되었다.
김문수 도지사는 대회가 확정된 2008년 6월에 “세계유기농대회야말로 한국 농업을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건강의 꿈을 실현해 주는 ‘오가닉 라이프(Organic Life)’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세계유기농대회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다음으로 유기농 재배면적을 확대하면서 유기가공식품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비료와 농약사용을 감소하는 친환경농업을 실현하는 「2020 Organic Vision」을 선포했다.
사전 행사 준비로 동아시아 유기농 컨퍼런스 개최, 국제 유기농 심포지엄 개최, 친환경 농업박람회 개최, 독일 뉘른베드르크 유기농박람회(BIOFACH) 참가, 세계유기농대회 성공 다짐 대회 등을 개최하며 국내외적 대회 붐 조성 및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편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유기농박물관, 유기농 테마파크 조성, 친환경농업 지구조성 등 유기농 생산 기반을 확충했다. 아울러 교통·주차, 숙박, 식음시설, 안전대책, 참가자 및 관람객 편의시설 확충 등을 위해 매일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추진했다.
4년간의 준비 끝에 2011년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아시아 최초로 세계유기 농업인의 올림픽인 세계유기농대회가 경기도 팔당 일원에서 열렸다. 개막식은 9월 28일 남양주시 체육문화센터에서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렸다. 영국의 찰스황태자도 영상메시지를 보내 대회의 성공적인 개막을 축하했다. 110여개국 1,100여명의 외국인과 20만여명의 국내 관람객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품목별로 진행되는 사전 학술회의는 유기주류(양평), 유기인삼(포천), 유기섬유(남양주), 유기화장품(남양주), 도시농업(경기도농업기술원), 유기수산(울진), 유기종자(괴산), 유기차(제주도) 등 전국 8개소에서 세계유기농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본 대회에는 77개국 1,017편의 논문이 접수돼 역대 대회 최다 논문 편수를 기록하는 등 어느 대회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 80여개 국가에서 1,300여명의 학술관계자, 농민대표, 소비자가 참석했다. 2008년 16차 이탈리아 모데나 대회 880편보다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 중 800여편을 선정해 500여편이 발표되고 300여편이 포스트세션으로 진행됐다.
이들 논문에 제시된 유기농 정책과 유기농 기술, 토양비옥도 증진, 탄소배출 절감, 기후변화 등에 대해 국가별·지역별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였다. 분과별로는 채소, 과수, 포도주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워크숍과 정보교류가 진행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등의 그룹을 만들어 공통과제나 지역적 문제에 대해 발전방안을 도출했다.
세계유기농대회에서는 국제학술대회와 더불어 일반인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도 펼쳐졌다. 20여개국 30여개 업체가 400여 부스 규모로 참여하는 유기농박람회와 G-푸드쇼(G-Food Show)가 성황을 이뤘다. 남양주시에 건립한 유기농박물관에서는 유기 화장품을 비롯해 유기 가공식품, 유기 섬유, 유기 장난감 등 각국에서 출품되는 다양한 상품을 전시·홍보하고 수출을 위한 판촉전도 벌였다.
경기도의 우수한 농특산물 전시 및 체험(G-Food Show), 마켓페스티벌, 유기농 장터를 진행해 참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유기농 테마 공원이 조성되어 한국의 다양한 토종작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한 다양한 체험행사로 첫째 날은 선재스님과 함께하는 외국인 김치 만들기가 열린 데 이어, 둘째 날은 막걸리 빚기 체험과 김은경 채소소믈리에 채소요리 강좌, 그리고 추억의 도시락 체험, 셋째 날은 친환경 급식 배식과 박경애 명장 떡 만들기 체험, 넷째 날은 도시농부 올빼미 텃밭 가이드와 농촌관광 성공전략 강좌, 마지막 날은 농산물을 이용한 생활 장식 등 경기도 우수농산물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전국 유기농 시범단지와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유기농 투어는 홍성, 양평, 남양주 등과 파주 DMZ 평화 투어, 템플스테이(Temple Stay) 체험을 진행했다. 부대행사로 정오의 음악회, 남사당 풍물단, 오가닉(Organic)영화제, 쌈지 오가닉 사운드 페스티벌(Ssamzie Organic Sound Festival), 대한민국 떡 명장 선발 및 가양주(家釀酒) 빚기 경연대회, 슬로우 푸드(Slow Food) 대회 등 문화행사도 풍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알찬 시간이 됐다.
경기도가 개최한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는 기존 민간중심 체계의 대회와는 달리 지방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를 실현하는 대회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이 이전 대회와 차별화됐다. 유기농 관련 국제학술대회와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각종 부대행사로 구성, 창의적인 대회로 평가됐다. 특히 인류의 건강과 친환경농업 등 유기농 분야 발전에 경기도가 대한민국을 넘어 25억 인구가 사는 동아시아 지역의 유기농 허브 지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세계유기농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유기농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친환경농업 위상이 격상되고 부가가치가 향상되었다. 세계 유기농 기술과 관련 제품의 소개로 친환경농업 발전 및 유기농산물 소비 촉진 등 세계의 유기농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기 가공식품, 유기 섬유, 유기 장난감, 유기 생활용품 등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불을 지폈다.
단기적 경제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유기농산업 확대를 통해 유기 농업인의 소득향상뿐만 아니라, 관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유기농산업은 1차 산업으로 분류되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며 녹색성장 산업의 기본이 되는 산업이다. 즉, 유기농을 바탕으로 식생활과 소비문화가 변화되고 환경과 자연이 함께하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또, 경기도 용인, 이천, 광주, 여주, 양평, 남양주, 가평 등 7개 시·군에 걸쳐 있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은 유기농업의 메카로 더욱 발돋움했다. 더불어 안성, 파주, 포천, 연천, 화성 등 경기도 전 지역으로 유기농업이 확산되었다.
경기도는 세계유기농대회를 전기(轉機)로 팔당클린농업벨트사업, 친환경농업지구조성, 유기농체험단지 조성, 웰빙농산물 생산지원사업 등 유기농업 발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과 정책지원을 집중했다. 이와 함께 2011년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리에 전국 최초로 친환경(유기)농산물 유통 및 소비기반 확대를 위해 480억원을 들여 ‘친환경 농산물유통센터’를 건립했다. 이곳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재료를 공급하므로서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센터가 됐다. 한편 판로 문제로 고민하는 농가에 새로운 시장진출의 플랫폼이 되었다.
김문수 도지사는 재임 8년 동안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농정에 진력했다. 나는 세계유기농대회시 종합상황실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도지사를 보좌했다. 밤 11시에 오늘 한일과 내일 할 일, 문제점과 대안을 도지사에게 전자 메일로 보고했다. 도지사는 이를 빠짐없이 보고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꼭 답신을 보내 격려하고, 업무를 지시하면서 행사 진행을 챙겼다.
더욱이 김문수 도지사는 WTO·FTA·DDA 등 시장개방 확대에 급격한 농어업소득감소를 보전하며 연착륙을 유도하는 대응 수단으로 우리 농어업이 나아갈 방향 중 하나로 친환경농어업 육성을 신조로 삼았다. 그러면서 ‘농어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교류하고, 상생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맞춤농정을 펼쳤다.
경기도 농어민의 소득이 높은 것은 우연(偶然)이 아니라 김문수 도지사의 각고(刻苦)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도지사는 도민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았다. 청렴영생(淸廉永生), 부패즉사(腐敗卽死)라는 각오로 가장 낮은 곳에서 농어민과 호흡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모습만은 이견 없이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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