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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육상 선수 세세 텔퍼(30·미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랜스젠더 여성 스포츠 출전 금지 행정명령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텔퍼는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혐오 발언과 차별이 더 노골적으로 내 눈앞에 드러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텔퍼는 2019년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2 여자 400m 허들에서 우승한 최초 공개 트랜스젠더 선수다. 그런데 그는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 현행 규정에 따라 여자부 국제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직후 ‘남성을 여성 스포츠에서 배제(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s)’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텔퍼는 더욱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텔퍼는 “나는 흑인이고, 여성이며, 트랜스젠더고, 운동선수”라며 “이 모든 정체성이 미국에서는 표적이 되고 있다. 집 밖에 나갈 때마다 공격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집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은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NCAA도 지난 2일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했다. 다만, 팀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허용했다. 텔퍼는 이에 대해 “훈련은 참여하게 하고, 실제 경기에는 못 뛰게 하는 건 우리를 조롱하는 것과 같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 외부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NCAA는 최근 미국 교육부로부터 과거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이 세운 기록과 우승 타이틀을 삭제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텔퍼의 2019년 NCAA 우승 기록도 지워질 수 있다. 텔퍼는 “역사는 지울 수 없다”며 반발했다.
텔퍼는 여전히 올림픽 출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그의 고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백만 분의 일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나는 도전할 것”이라며 “세세 텔퍼는 준비돼 있다. 기회만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