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제 뗐는데 또…" 불법 현수막 계엄 후 서울서 2배 폭증

2025-02-19

18일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던 영등포구청 직원이 한숨을 쉬었다. 화재를 대비해 현수막 설치가 금지된 소화전 위에 정당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너편 횡단보도도 마찬가지였다. 횡단보도 좌우 난간 10m 이내 또는 높이 2.5m 아래 구역은 보행자와 차량 통행 안전을 위해 현수막 설치가 금지된 구역이다. 이날 한 정당은 국회 정문 주위에만 현수막을 3개 걸어, 정당별 설치 개수(동별 최대 2개)를 위반했다.

이날 구청 직원은 여의도 일대를 돌며 30분 만에 불법 현수막 27개를 수거했다. 그는 “모든 지자체가 같은 상황이지만, 불법 현수막이 많고 민원도 쏟아져 다른 업무까지 마치려면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 되면서 현수막 문구 때문에 민원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판단을 받아 조처한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불법 정당 현수막이 폭증했다.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지자체가 수거한 불법 정당 현수막은 6913개로, 전달보다 33% 늘어났다. 서울에선 1971개로 전달보다 75% 뛰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월 평균(월별 집계 시작한 3월부터 12월까지) 수거량(약 878개)보다 2.2배 폭증했다.

불법 사유 1위는 설치 기간(15일) 위반(전국 4650건)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현수막은 게시자가 수거해야 하지만, 정당들이 걸기만 하고 제 때 수거를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나머지(2263건)는 각종 금지 구역 등 애초 현수막을 걸 수 없는 곳에 설치해 법을 어겼다. 정당 현수막을 무제한 허용한 옥외광고물법 개정(22년 12월) 이후 3년째 되풀이되는 문제다.

지난해 1월, 정당 현수막 설치 개수와 방법을 제한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도입됐지만, 선거 등 격렬한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엔 위법 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에도 전국에서 수거된 불법 현수막이 7974개에 이르렀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여름 이후 불법 현수막이 많이 줄어, 개정 시행령이 자리를 잡아가는 게 아닌가 기대했는데, 계엄과 함께 도루묵이 됐다”고 말했다.

다이옥신ㆍ온실가스 22만2284㎏ 분량

현수막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합성 섬유 재질이라 재활용은 어렵고 소각 또는 매립 처리 해야한다. 매립 시 분해가 잘 안 되고, 소각을 하면 현수막 1개당 다이옥신(1군 발암물질)과 온실가스 4㎏ 배출된다. 지난해 통계(1월 26일~12월)에 잡힌 불법 정당 현수막만 22만2284kg의 다이옥신과 온실가스를 배출한 셈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정당 7곳을 찾아가 “법을 지켜 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당들의 태도는 호의적이지 않다. 일선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정당에 시정 조치를 전달하다 “우리 당만 핍박하는 거라면 당신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지난 설 연휴에 단속된 불법 현수막 50건에 대해 개당 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 이후 1년 내내 공문을 보냈는데, 소용이 없어 과태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광산구 사례를 들어 전국 지자체들에 과태료 부과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수막 하나당 새 옷 한 벌이 2주 만에 버려지는 셈”이라며 “정치권도 법 개정 또는 합의를 통해 함께 멈춰야 추가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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