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3일 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8일 만이다.
안 위원장은 11일 ‘12·3 계엄 선포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인권위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선포와 관련한 현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성명문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지도, 비상계엄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 직권조사를 하겠다는 내용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관련 입장도 포함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성명문에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조속한 사회 안정과 국민 화합을 위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계엄 선포 전후의 모든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하고, 모든 국가 기관은 국민의 인권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인권위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관련 부처가 인권침해에 관한 사항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조사해달라는 뜻”이라며 “오는 23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직권조사에 관해 재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인권위가 사실상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인권침해 조사를 다른 부처에 넘긴 것이다.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 사태를 위헌·위법한 것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다만 헌법 77조를 언급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적었다. 헌법 77조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권한을 명시한 조항으로, 계엄 선포의 주체를 ‘대통령’으로, 선포 요건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계엄의 실행 방식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한다.
안 위원장은 또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정의롭게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비상계엄 사태 일주일이 지나도록 인권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아 위원회 안팎의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위 내부망에는 침묵하는 안 위원장을 향해 “국민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당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고, 전임 인권위원장과 상임·비상임 위원들은 지난 6일 인권위의 입장 표명 및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세계 인권의 날이었던 지난 10일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기념식 행사장에 입장하려는 안 위원장을 막아서며 “개인적 입장이라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