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發 '스노우볼'은 어디까지?... '대행의 대행' 체제 속 경제 불확실성↑

2024-12-27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최상목 경제부총리 권한대행직 이어받아

헌정사상 첫 '대행의 대행' 체제 출범... 정국 혼란 심화로 환율·증시 '추가 타격' 불가피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재점화... 최 부총리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스노우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던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격하게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했다. 결과는 재석의원 192명 중 찬성 192표로 만장일치 가결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 정족수를 대통령이 아닌 총리 탄핵 기준(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판단했다"고 밝히자 거세게 항의하다 표결에 참여치 않고 전원 퇴장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직은 최 부총리에게로 넘어갔다. 최 부총리로서는 헌정사상 첫 '대행의 대행'으로 이름을 남기게 된 셈이다. 헌법에는 대통령이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총리와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명시하는데,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위원의 승계 순서는 '기재부→교육부→과기정통부→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행안부→보훈부→문체부'로 이뤄져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대행의 대행' 체제 출범을 두고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그로 인한 정국 불안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후폭풍'마저 강하게 불어닥쳤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은 우선 환율이 지금보다도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한 차원 높은 정국 불안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나날이 치솟고 있는 환율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뒀던 이날 오전에도 원·달러 환율은 1480원선을 돌파하며 심화된 정국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처음이다.

증시도 문제다. 대행의 대행 체제가 출범하며 정국 불안이 이전보다 깊어진 만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곧 이어지던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행렬에도 불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금액은 코스피, 코스닥을 합쳐 3조2000억원 수준"이라며 "정국 불안이 어느 정도라도 해결되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시장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외 신인도 하락까지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계속되며 실물 경제에 입히는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터라 이를 지켜보던 글로벌 신용평가사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무디스(Moody's)·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Fitch)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는 계엄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 3사 모두(무디스 Aa2·S&P AA·피치 AA-) 우리나라에 선진국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을 부여 중이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변화가 없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변동된 것은 지난 2015년 말 무디스가 이전 Aa3에서 Aa2로 상향 조정한 게 마지막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문제는 무디스와 피치 모두 앞서 정치적 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한 바 있다는 점"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국 불안이 지속될수록 이들 신용평가사는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국회의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기 전인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가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계속되는 탄핵 위협으로 행정부 역량은 위축되고 국민위원의 존재 이유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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