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시스템의 해외 신사업 투자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야심 차게 투자했음에도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 다른 계열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지 않다. 그럼에도 신사업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계열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혁신 기술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한화시스템은 크게 방산 부문, ICT 부문, 신사업 부문 등 3개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방산 비중이 절대적이다. 신사업 부문은 위성통신안테나, 디지털 플랫폼, UAM 등으로 나뉜다.
한화시스템은 약 4년 전부터 신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2020년 초 미국의 UAM 기술 기업 오버에어(Overair) 지분을 인수했고, 같은 해 영국 현지에 유럽 법인을 설립해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 페이저솔루션(현 한화페이저)을 인수했다. 또 싱가포르에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위한 지주회사 H파운데이션을 설립했고, 2021년에는 미국 위성안테나 기업 카이메타(Kymeta)와 영국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투자한 UAM 사업과 항공용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은 올해 조기 철수가 결정됐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한화시스템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지분 출자 등에 투입한 자금은 총 1조 원에 달한다. 위성 분야에 4857억 원, 디지털 플랫폼에 3597억 원, UAM에 1176억 원을 투자했다.
미국 UAM 전문기업 오버에어 투자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12월 오버에어에 약 280억 원을 투자한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추가로 1500억 원을 투입해 지분율을 45.2%까지 끌어올리며 도심형 에어택시를 공동 개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770억 원, 올해 상반기 594억 원의 순손실을 내면서 누적 적자가 심화되자 자산가치가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한화시스템도 지난 7월 지분을 정리했다. 다만 한화시스템은 UAM 사업 자체를 접은 것은 아니며,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위성 분야 대표 주자인 한화페이저도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 페이저솔루션을 2020년 약 700억 원에 인수해 한화페이저로 이름을 바꾼 뒤 올해 상반기까지 16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한화시스템은 지난 12일 한화페이저의 영국 본사와 미국 지사를 폐쇄했다. 한화페이저는 해상·육상·항공기 내에서 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전자식 빔 조향 안테나(ESA)를 개발해왔으며, 그중에서도 항공기용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에 주력했다.
당초 한화시스템은 이 기술을 항공기 내 동영상 서비스나 자율주행차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과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항공용 위성통신 시장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국내 방산 시장에 맞춘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은 한화시스템이 이미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위성통신 안테나 기업 카이메타에도 335억 원을 들여 6.22%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이 역시 상황이 밝지 않다. 올해 상반기 재무현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카이메타는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기업들 중 가장 큰 규모인 1396억 원의 순손실을 낸 바 있다.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서도 핀테크 업체 바닐라스튜디오와 블록체인 전문 기업 엔터프라이즈블록체인이 올해 상반기까지 각각 5억 4000만 원, 4400만 원의 순손실을 냈다. 다만 사업 중단이 결정된 바닐라스튜디오는 적자 폭을 이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는 당장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잇단 투자 실패는 기업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치고 투자자의 불신을 야기한다”며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투자 시스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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