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저소득층 건강에 더 큰 타격…노년층보다 청년·중년층 영향 커

2025-03-31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심화되면서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층은 극한 온도로 인해 더 큰 건강 위험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1일 이환희 부산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의료급여수급권자(저소득층)가 비수급권자에 비해 극한 온도로 인한 응급실 방문 위험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연구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극한 온도와 응급실 방문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청년·중년층(19~64세)이 극한 온도로 인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노년층이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연구 결과는 달랐다. 청년·중년층은 실외에서 일하거나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고온과 저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또한 음주나 스트레스 같은 생활 습관도 건강 악화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년·중년층 의료급여수급권자는 비수급권자보다 고온 노출 시 응급실 입원 위험이 30% 이상, 저온 노출 시에도 30% 정도 더 높았다. 이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더 취약하다는 기존 인식을 뒤집는 내용이다. 18세 이하 어린이들도 고온과 저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의료급여수급권자인 어린이는 고온 노출 시 응급실 입원 위험이 50% 이상, 저온 노출 시에도 10% 더 높았다. 장애가 있거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저온에서 입원 위험 격차가 30% 이상, 고온에서는 20% 이상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비 부담에서도 큰 차이를 겪었다. 65~84세 연령대에서는 저온일 때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초과 의료비용이 비수급권자의 배에 달했다. 경제적 취약성이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정부와 사회는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설계할 때 냉난방시설 지원 확대, 실외 근로자 보호 대책, 열피난처 설치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은 인구에 불균형적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맞춤형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경제적 취약계층 및 격차 완화를 위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활발히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 교수가 교신저자, 김아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수행했으며 이 교수 연구팀과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활용해 공동 연구로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기초연구실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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