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자살자 수 1만3천978명, 전년比 8.5%↑…4명 중 1명은 '경제생활 문제'

2025-03-31

【 청년일보 】 지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비 8.5% 증가하며 지난 10년 사이에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4명 중 1명은 '경제생활 문제'가 자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31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자살대책 팩트시트(factsheet)'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국내외 통계자료들을 인용해 이뤄졌다.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천978명으로 1일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8.3명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는 27.3명으로 전년 대비 2.2명(8.5%)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자살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11년 이래 2018년 9.5% 증가에 이어 지난 10년 사이에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20년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 24.1명으로, OECD 국가 42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OECD 자살률 통계비교(2020년 기준)에서 인구 10만명당 15명 이상의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 이어 리투아니아(20.3명), 헝가리(16.1명), 슬로베니아(15.7명), 일본(15.4명), 에스토니아(15.1명) 등 6개 나라다.

또,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5.8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 그린란드(59.6명), 가이아나(31.3명), 리투아니아(27.9)명에 이어서 4번째다. 러시아(24.1명), 수리남(23.6명)이 뒤를 잇는다.

경찰청의 자살 원인 분석에 따르면,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은 2023년 기준 3천656명으로, 자살 원인의 25.9%를 차지한다. 경제생활 문제로 인한 자살은 2021년 3천190명(24.2%), 2022년 2천868명(22.5%)이었다.

아울러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40대, 50대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었다.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 결과'에 따르면, 50대 사망원인의 11.1%, 40대 사망원인의 23.4%, 30대 사망원인의 40.2%, 20대 사망원인의 52.7%, 10대 사망원인의 46.1%를 자살이 차지한다.

2023년 도·특별자치도의 인구 10만명당 연령표준화 자살자 수는 충남 29.4명, 충북 28.6명, 제주 27.3명 순으로 많고, 특별시·광역시는 울산 28.3명, 인천 24.6명, 대구 24.4명 순으로 많았다.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8천449가구 3만5천30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사회조사 결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사람은 4.8%에 달하는데, 이는 2년 전보다 0.9% 감소한 수치다.

여자가 5.9%로 남자(3.7%)보다 자살 충동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 충동의 이유는 신체·정신적 질환, 우울감, 장애(37.2%), 경제적 어려움(25.8%), 직장문제(11.2%), 외로움·고독(9.0%), 가정불화(8.0%) 순으로 집계됐다.

자살 충동 이유로 10대는 학교성적과 진학문제, 20~30대 및 50대 이상은 질환·우울감·장애, 40대는 경제적 어려움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 밖에도 질병관리청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800개 학교 5만8천28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지난해 청소년 자살 시도율은 2.8%로 중학생 3.1%, 고등학생 2.4%이며 남학생 2.2%, 여학생 3.3%에 달한다. 자살 시도율은 2018년 3.1%, 2019년 3.0%, 2020년 2.0%로 낮아졌다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같은 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여학생은 49.9%, 남학생 35.2%로 나타났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2023년 여학생 44.2%, 남학생 30.8% 대비 5% 이상 높아졌다.

지난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우울감 경험률은 27.7%(여학생 32.5%, 남학생 23.1%)로 이것도 10년간 증가 경향을 보였다.

전국 1만9천가구 3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비중은 79.8%로 2년 전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관계망이 취약한 사람이 20%를 상회했다는 의미다.

또,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급격히 감소했던 자원봉사 경험률이 약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봉사 참여 경험률(지난 1년 동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6%로, 2년 전 대비 2.2%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3.7%로, 2년 전 대비 2.1% 증가했다. 향후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은 38.8%로, 2년 전 대비 1.6% 증가했다.

자원봉사 참여 경험률, 단체활동 참여율, 기부 경험률 등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던 이들 사회자본 관련 항목이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반전이다.

이와 관련해 생명존중시민회의 관계자는 "하지만 자원봉사 참여 경험률이 10년 전 대비 절반 수준이고, 기부 경험률 현저하게 낮아진 것은 사회적 자본의 복원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경제적 압박, 학업 스트레스, 정신 건강 치료 시 낙인에 대한 과도한 우려, 미디어의 영향, 문화적 역동성, 법 제도의 미비 등 여러 요인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자살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정신건강 차원의 접근이 아닌, 국가 및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올해 자살대책 팩트시트에 나타난 자살 관련 지표들은 심각한 우려를 넘어 두려움을 주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련 지표들이 모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대책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범국가적인 자살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격의 회복을 위해 개인의 정신건강 위주의 자살 예방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문화적 차원의 자살대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명호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이나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유해 정보들을 차단하도록 의무화 포털에 대한 규제를 포함하는 입법이 논의만 무성할 뿐 입법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 제도 정비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자살 문제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양두석 안실련 자살예방센터장은 "자살대책은 중앙정부의 계획 수립과 실행도 중요하지만, 자살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17개 시도지사와 229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살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자살 예방 예산과 조직을 갖춰 자살예방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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