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흐름을 읽는 스마트한 습관 [글로벌NOW]
매주, 세계는 조용히 변화를 시작합니다. 기술이 바꾸는 산업의 얼굴, 정책이 흔드는 공급망 질서, 기업이 선택하는 미래 전략. 세계 곳곳에서 매주 벌어지는 이 크고 작은 변화는 곧 우리 산업의 내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글로벌NOW는 매주 주목할 만한 해외 이슈를 한 발 빠르게 짚어주는 심플한 글로벌 브리핑입니다. AI, 제조, 물류,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사건과 트렌드를 큐레이션해 독자들이 산업의 큰 그림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겠습니다.
[로보틱스] 축구·복싱·양궁까지...휴머노이드 로봇들, 고대 올림피아에서 ‘가능성·한계’ 동시 구현해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열린 ‘제1회 국제 휴머노이드 올림피아드(International Humanoid Olympiad)’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군집이 축구, 그림자 복싱, 양궁 등 다양한 종목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새로운 기술적 진보에 환호했지만, 로봇들이 여전히 배터리 교체를 위해 멈추거나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보이는 모습은 현재 기술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 집안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는 단계까지는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행사를 주최한 아큐미노(Acumino)의 창업자 미나스 리아로카피스(Minas Liarokapis)는 “휴머노이드는 먼저 우주로 가고, 그다음에야 집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가정 업무는 로봇에게 있어 최종적인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공지능(AI) 챗봇은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폭발적 발전을 이뤄냈지만, 로봇은 현실에서 일일이 몸으로 배우는 방식에 의존하다 보니 학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로봇이 데이터 학습 면에서 AI보다 약 10만 년 뒤처져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UC버클리의 켄 골드버그(Ken Goldberg) 교수는 “옛날식 공학 기법과 실세계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뮬레이션에 의존하는 단순한 방법론보다, 택시 운전이나 물류 분류 같은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로봇 분야의 다양한 시도도 공개됐다. 보조 의수 스타트업 사이오닉(Psyonic)은 장애물을 감지하는 보조기를 공개했다. 이는 인간과 로봇 모두에 적용 가능한 혁신적 장치로 평가됐다.
이어 호주 소재 뉴로테크 스타트업 코티컬랩스(Cortical Labs)는 생체 뇌세포를 칩 위에서 배양해 학습과 반응이 가능한 ‘생명 기반 컴퓨터(Biological Computer)’를 소개했다. 해당 기술은 로봇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적응하는 미래형 AI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조직위는 이번 대회를 매년 정례화해 휴머노이드 기술 발전을 정직하게 평가하는 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무리한 종목 대신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만을 출제해 현실적 검증에 중점을 둔 방향성이다. 이에 따라 디스크 던지기 등 고난도 종목은 제외됐다.

[IT] 미국 법원, 구글 검색 독점 판결...브라우저 분할 대신 데이터 공유 명령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사건에 대해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구글에 크롬(Chrome) 브라우저의 분사를 요구하지 않고 대신 경쟁사와 일부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명령했다. 이는 약 25년 만에 내려진 빅테크 반독점 규제 조치로, 기업 분할 대신 데이터 접근성을 통한 경쟁 촉진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이번 소송은 미 법무부와 38개 주가 공동으로 제기한 것으로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스마트폰·브라우저에 기본 설정해 사실상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원은 구글이 장기간 시장 점유율을 과도하게 유지하면서 경쟁을 억압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업 해체 수준의 강제 조치는 산업적 파급력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고 대체 방안으로 검색 데이터 공유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검색 쿼리와 클릭 패턴 등 일정 범위의 데이터를 경쟁 검색 서비스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법원은 이를 통해 검색 결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경쟁사에도 제공해 신규 사업자가 시장 진입 시 불리한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반독점 소송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이후, 이번 판결은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에 직접 제동을 건 가장 중대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구글, 애플 등 거대 플랫폼의 데이터 개방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 판결은 양측 규제가 유사한 방향성을 띤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사 입장에서는 구글이 독점적으로 축적해온 방대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검색 서비스 품질 경쟁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구글은 법원의 조치가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데이터 제공 범위와 방식에 대해 엄격한 기술적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결국 이번 판결은 경쟁 촉진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규제 모델을 실험하는 성격을 갖게 됐다.

[물류] 아프리카 물류시장, 창고 점유율 83% 돌파…전자상거래·농업 성장세 요인
아프리카 산업·물류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면서 현대식 창고의 평균 점유율이 2025년 기준 83%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8%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아프리카 물류 부동산 시장이 투자 자산으로서 본격적인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상승세는 전자상거래의 급성장, 농업 산업의 발전, 그리고 아프리카 각국의 자급자족 노력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소매 시장은 2025년 7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중심에는 나이지리아와 남아공이 있다. 나이지리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약 8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1.8% 성장세가 전망된다. 남아공은 2024년 기준 350억 달러로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오는 2033년까지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함께 아프리카 전체 GDP의 32%를 차지하는 농업은 물류 수요를 강하게 견인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가공 산업의 성장은 냉장 저장시설과 전문 물류 인프라의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SAPZ(특별 농산업 가공구역)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 증대를 도모하고 있으며 이는 물류 인프라 확장으로 직결된다.
한편, 아프리카 내 지속가능한 물류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케냐의 콜드 솔루션스는 LEED 골드 인증을 받은 첫 아프리카 물류시설로 기록됐으며 남아공과 보츠와나에서는 청정 에너지 및 전기차 조립을 통해 친환경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집트 역시 95%의 높은 창고 점유율을 기록하며 물류 강국으로 부상 중이다. 수에즈 운하 경제구역에 조성된 제약 산업 허브는 현지 생산을 통해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아프리카 내 무역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아프리카 물류시장은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농산물 가공,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머스크 “테슬라 AI6, 삼성 생산 최고의 AI 칩 될 것”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의 성능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차세대 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슬라 AI5 칩 설계팀과 대단한 검토를 마쳤다”며 “역대급 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I6는 단연 최고의 AI 칩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차세대 칩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두 가지 아키텍처를 병행하던 것에서 하나로 전환해 모든 인재가 하나의 칩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관련 인재 영입에도 나섰다.
테슬라의 AI5 칩은 대만 TSMC가, 후속 AI6 칩은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머스크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AI5는 2500억 파라미터 이하 모델을 위한 추론 칩 중 최고의 성능과 전력 효율, 최저 비용을 갖출 것”이라며 “AI6는 이를 크게 넘어설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삼성과의 대규모 파운드리 계약 사실을 밝히며 “삼성 텍사스 신공장이 테슬라 AI6 생산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AI] 앤스로픽, 저작권 침해 집단소송 15억 달러에 합의
앤스로픽이 자사 챗봇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당했다며 제기된 집단 소송에서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합의에 이르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합의안에는 약 50만 권의 책에 대해 권당 3000달러를 지급하고, 불법적으로 수집된 것으로 지목된 데이터셋을 폐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합의는 법원 승인 시 최종 확정된다. 저자들은 앤스로픽이 승인이나 보상 없이 서적을 언어모델 학습에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앤스로픽은 공정 이용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적 사이트를 통해 최대 700만 권이 무단 다운로드됐을 가능성을 인정해 배심원 재판으로 넘겼다. 앤스로픽은 패소 시 최대 1조 달러의 손해배상 위험에 직면할 수 있었다며 “사업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어 합의를 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생성형 AI 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오픈AI의 경쟁사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최근 기업가치 1830억 달러로 평가되며 13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