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견디는 토마토 길 열렸다

2025-11-10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토마토가 성장 저하 없이 낮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새로운 유전공학적 전략이 제시됐다.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진은 토마토(Solanum lycopersicum)의 당화 스테롤(glycosylated sterol) 수치를 높이면 세포막 안정성과 호르몬 신호 경로를 동시에 강화해 내한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Plant Physi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자 변형을 통해 당화 스테롤을 증가시킨 토마토는 항산화 효소와 비생물적 스트레스(저온 등)에 대응하는 방어 유전자, 폴리아민 생합성 관련 경로가 더 활발히 작동해 일반 품종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냉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내한성 육종이나 처리 방식과 달리, 이번 전략은 식물의 생장과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내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품종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토마토는 열대 기원 작물로 최적 생육 온도가 20~28도에 이르며, 10~12도 이하의 온도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생육 저하, 수량 감소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쉽다. 특히 0~12도의 저온 구간에 민감해, 온대·한랭 지역 노지 재배나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저온에 취약한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그동안 관련 연구는 주로 일부 식물에서 발견되는 글리코실화 스테롤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솔라나과 작물인 토마토에서는 당화 스테롤이 세포막에서 우세한 형태임에도 역할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대학교 약학 및 식품과학부와 농업 유전체학 연구센터(CRAG)의 앨버트 페러, 테레사 알타벨라 교수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당화 스테롤이 단순한 보호 물질을 넘어, 차가운 온도를 감지하고 방어 기작을 가동시키는 ‘분자 센서’로 기능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알타벨라 교수는 “당화 스테롤은 세포막을 보호할 뿐 아니라, 식물이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복합적인 분자 반응을 촉발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 메커니즘을 활용하면 추운 기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 가능한 토마토 품종을 개발하는 새로운 생명공학적 경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후변화와 재배 환경 다변화 속에서 채소 생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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