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조선ETF 시총 일주일새 1072억 ‘뚝’
조선·기계, 주가 과열 업종 꼽혀
“밸류 과도” 투자의견 하향 조정하자
현대重 -12%·삼성重 -8% 급락
삼양식품 등 업종 내 비싼 종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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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20% 이상 오르며 코스피 주가 상승을 견인한 조선 업종이 공매도 핵심 타깃이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면서 조선주가 충격을 받았다.
조선 업종 대장주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선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도 급감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형 조선주의 비중을 높게 담은 ‘SOL 조선TOP3플러스’ ETF의 시가총액은 이날에만 492억원이 줄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시가총액은 1072억원이 줄어드는 등 조선주에서의 이탈이 뚜렷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 조선주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어 오는 3월말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주요 타깃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주요 조선 ETF 중 가장 시가총액이 큰 상품에서 자금 유출도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LS증권은 최근 공매도 재개 시 예상 시나리오를 그리면서 조선과 기계 등 업종을 주요 공매도 타깃 업종으로 꼽았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많이 오르고 비싸진 주도주에 대한 공매도가 늘어나면서 지수가 일부 반등 폭을 되돌리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교적 밸류에이션이 높게 평가된 주식들의 거품이 꺼지면서 공매도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주가 과열 종목군에 대한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 업종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현재 수익률과 최근 12개월 수익률이 코스피 평균 대비 월등히 높아 많이 오르고 비싸진 업종으로 꼽힌 것이다.
실제로 주요 조선 대장주에 대해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투자 의견 하향 분석이 나오면서 주요 조선 종목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1.96% 하락한 30만55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주요 조선 종목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한화오션도 전 거래일 대비 6.78% 떨어졌고,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 한화엔진이 각각 7.74%, 9%, 10.53% 하락하는 등 조선 밸류체인에 엮인 종목 전반의 주가가 급락했다.
SOL 조선TOP3 ETF도 이날 8.12% 하락하는 등 조선 ETF 상품들이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 발표한 투자 의견 하향 보고서가 주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조선 대장주로 불리는 두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화오션에 대해 “측정 가능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도 지금 한화오션의 밸류에이션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 진출 가치는 4조3000억원에 불과하며, 최선의 경우를 가정해도 지금은 비싸다”고 지적했다.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의 12개월 선행 PBR은 각각 4.8배, 4,9배다.
통상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 1보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됐다고 본다.
주요 조선 종목이 구성 종목으로 들어 있는 코스피 200 중공업 지수의 상승률만 22.77%에 달하는 등 오름세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무적투자자(FI)의 블록딜도 주가에 악재가 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은 19일 장마감 후 HD현대마린솔루션 보유 지분 4.49%(20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매각가는 주당 14만7500원으로, 전일 종가(16만2500원) 대비 9.3% 할인율을 적용했다. JP모건과 UBS가 주관을 맡았다.
KKR은 2021년 6534억원을 투자해 HD현대마린솔루션(당시 HD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사들였다. 지난해 4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일부 물량을 구주매출한 이후 잔여지분에 대해 같은해 11월 6개월 보호예수가 만료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날 블록딜이 진행된 경우 호재가 있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지기 때문에 다음날 주가가 할인율만큼 근접해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주가 고평가 부담이 있는 종목 중에서도 최근 급등하며 업종 대비 PBR이 높아진 개별 종목들의 공매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S증권은 “현 시점에서 업종 내 비싼 종목들을 선별해 보면 삼양식품, 두산, LS ELECTRIC,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천당제약 등이 있다”고 분석했다.
LS증권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경우 업종 대비 PBR이 무려 1151%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