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바리스타 호연씨가 그룹홈 아이들을 돕는 이유

2025-11-12

‘스마일도너’ 이호연씨 인터뷰

‘보육원에 살면서 왜 외식을 해?’ 이호연(29)씨는 “온라인에서 가끔 이런 댓글을 볼 때면 화가 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호연씨는 4년째 스마일하우스에 사는 남자아이 한 명을 후원하고 있다. 축구선수가 꿈이라는 이 아이에게 매달 3만원을 보낸다.

기부를 시작한 계기는요.

“어릴 때부터 워낙 게임을 좋아했어요. 2021년 연말에 게임 ‘로스트아크’ 유저들이 게이머들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겠다면서 기부 캠페인을 열었어요. 저도 조금 여유로워졌을 때라서 10만원을 기부했죠. 그러면서 ‘스마일도너’에 대해 알게 됐어요. 바로 다음 해에 등록했죠.”

기분이 어땠나요.

“도움을 받던 제가 이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꽤 자랑스러웠어요. ‘나도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어릴 때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지원을 받았다고요.

“2013년부터 3년 정도 서울나자렛집에서 지냈어요.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아빠는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였고, 동생은 장애가 있어서 시설로 바로 입소했어요. 동생과 잠깐 같이 지내다가 그곳에서 알게 된 수녀님들 소개로 들어가게 됐어요. 또래 대여섯 명과 수녀님 세 분이랑 같이 살았어요.”

스마일게이트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

“수녀님이 언젠가 우리 시설이 스마일게이트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게임 회사가 이런 일도 하는구나’ 처음 알았어요.”

어떤 지원이 기억에 남나요.

“1~2년 동안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제가 만성 우울증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늘 우울하긴 했는데 그냥 ‘다들 힘든 거겠지’하고 넘겼거든요. 약을 처방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던 것 같아요.”

자립할 때는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디딤씨앗통장’으로 개인 후원금이 들어왔어요. 정부 지원금이랑 합쳐서 자립할 때 1000만원 조금 안 되는 돈을 모았어요. 그 돈으로 작은 원룸을 얻어서 살다가 수녀님 도움으로 LH 전세대출을 받아서 한동안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어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은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요.”

스마일하우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감사한 곳.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전 아마 학교도 중퇴했을 거예요. 수녀님이 늘 말씀하셨어요. 너희가 이렇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후원자분들 덕분이라고, 나중에 꼭 베푸는 어른이 되라고요. 그 말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앞으로 기부 목표가 있나요.

“과거의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꾸준히 돕고 싶어요. 아직도 후원받는 아이들이 좋은 옷을 입거나 비싼 밥을 먹으면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요. 저는 이제 괜찮지만, 그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요. 아이들이 당당히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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