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스마일하우스’ 10년의 실험

“6년 전이죠. 전화가 한 통 왔어요. 생후 6개월된 아기를 맡아줄 수 있냐고요.”
오창종 아이들세상함박웃음 대표는 가을이(가명)를 만난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한국인 남성과 중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미등록 아동이었다. 가을이는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부모와는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할 때가 됐을 때도 데려갈 보호자가 없었다. 그렇게 가을이는 오창종 대표가 운영하는 ‘스마일하우스’로 오게 됐다. 오창종 대표는 “경기도 안산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을 돌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스마일하우스는 재단법인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이하 희망스튜디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돌봄 시설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의 특성에 맞춰 아이들을 보호하고 자립을 돕는다. 지금까지 전국에 설치된 ‘스마일하우스’는 총 8곳이다.
가을이가 머무는 안산의 ‘스마일하우스 2호’는 제도권 밖에 놓인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전국 최초의 특화 그룹홈이다. 전세금과 의료비, 인건비를 제공하고 아동 정서 안정을 위한 심리 지원도 병행했다. 지난 8년간 필리핀·나이지리아·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이곳을 거쳐 자립하거나 새 가정을 만났다.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한 그룹홈 외에도 ▶학대 피해 여아를 위한 그룹홈(1호) ▶경계선지능 아동 특화 그룹홈(3호) ▶학대피해 아동 그룹홈(4호) ▶경계선지능 아동 치료 특화 그룹홈(5·6·7호) ▶무연고 아동 그룹홈(8호) 등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로 10년째 운영 중인 스마일하우스는 단순한 보호시설을 넘어 사각지대 아동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희망스튜디오는 ‘통합 솔루션 개발’ ‘콜렉티브 임팩트’ ‘제도화’ 등 세 가지 접근법을 바탕으로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고 있다.
첫 번째 접근: ‘통합 솔루션’ 구축
희망스튜디오는 아이들의 자립을 위한 통합 지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룹홈 안에서는 ▶심리적 안정▶사회성 발달 ▶경제적 자립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부분의 그룹홈 아이들은 학대 경험 등으로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내면의 분노와 우울을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상담이 필수다. 박재희 희망스튜디오 CSR컨텐츠팀장은 “기업 입장에서 심리치료는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아이들의 정서적 결핍과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 ‘스마일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누적 1만5941회의 상담이 이뤄졌다.
‘스마일 멘토’ 프로그램은 사회성 발달을 돕는다. 스마일게이트 임직원들이 멘토로 참여해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난다. 어른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을 만나 새로운 롤모델을 갖게 해준다는 취지다. 멘토링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아동의 특성과 시설에 대한 사전교육을 반드시 이수하고, 매월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캠핑, 카페 방문 등 체험활동을 한다. 스마일하우스 2호를 운영하는 오창종 대표는 “임직원들은 생일을 맞은 아이를 집으로 초대하거나 가족들과 소풍을 가는 등 진심을 다해 아이들과 인연을 이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연 후원을 통한 경제적 자립도 이어진다. 스마일게이트 임직원과 게임 유저, 일반 시민 누구나 ‘스마일 도너’로 참여할 수 있다. 아동 1인당 2명의 도너가 매달 3만원을 후원하면 정부의 ‘디딤씨앗통장’ 후원금 10만원과 합쳐 월 16만원의 자립지원금을 저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 773명의 아동에게 누적 11억9000만원의 자립지원금이 전달됐다.
두 번째 접근법: 콜렉티브 임팩트
사각지대 아동 문제는 어느 한 기관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희망스튜디오는 민간· 공공·기업·시민이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결합해 해법을 만드는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희망스튜디오는 플랫폼의 중심에서 전반적인 기획을 맡고, 그룹홈 설립과 운영을 지원한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영역에 설립 초기에 드는 주거비용과 인건비, 생활비 등을 모두 희망스튜디오가 지원한다. 임직원 멘토링, 결연 후원 등 사회공헌 인프라도 제공한다. 현장의 기관들은 아동 보호와 돌봄을 맡는다. 개별 사례를 관리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다른 협력기관에 공유한다.
공공 부문은 제도적·행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성남시아동보호전문기관, 성남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스마일하우스 5·6·7호에 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치료실을 설치하고, 전문가들을 파견해 상담과 놀이, 미술치료 등을 진행했다. 서울시는 희망스튜디오와 2022년부터 3년간 경계선아동을 위한 헬스·트레킹 등 신체활동 기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운영했다.
이밖에 위메이드플레이·어썸피스·팀타파스 등 게임 기업이 게임 내 기부와 임직원 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게임 유저와 시민들은 결연 후원과 캠페인 참여를 통해 사각지대 해소의 동력이 되고 있다.
세 번째 접근법: 제도화
현장에서 출발한 스마일하우스 모델은 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스마일하우스 2호’는 정부 인가를 받기까지 수년간 설득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미등록 이주아동 그룹홈으로는 최초로 정부 인가를 받아 정부 지원금을 확보하는 등 제도화된 지원을 끌어냈다. 그전까지는 미등록 아동을 돌보는 시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법적으로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 아이들은 아동복지법상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경계선지능 아동을 위한 스마일게이트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아동양육시설의정서지원 예산을 증액했다. 그룹홈 심리치료 예산은 2022년 하반기 1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3억원으로, 올해는 전체 아동양육시설을 대상으로 8억원으로 확대됐다. 성남시에는 경계선지능 아동에 대한 별도 지원이 없었지만, 2020년 ‘스마일하우스 5·6·7호’와 함께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취약계층 경계선지능 아동의 심리정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인근 대학교 연구진과 느린학습자 평가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지역 그룹홈과 쉼터,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대상으로 심리검사와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성남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박재희 팀장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기업과 전문가들이 시범모델을 만들고, 공공이 제도와 예산으로 확산시키는 구조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단계는 ‘예방’이다. 재단은 아홉 번째와 열 번째 스마일하우스를 ‘위기 가정 통합 지원 플랫폼’으로 준비하고 있다. 전북 전주와 인천에서 파일럿 사업을 운영해 온 현장의 기관과 협력해 안전한 임신과 출산, 초기 양육을 지원하는 모델을 실험한다. 이제는 ‘사건 이후 개입’보다 학대와 방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건 이전 위험요인 감소’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권연주 희망스튜디오 이사는 “사회문제 해결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파트너와 기부자들 덕분에 변화를 만들어 올 수 있었다”며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확산하는 플랫폼으로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성장하는 사회를 위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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