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생활고로 보육원 가는 아이들 없도록 … ‘통합 솔루션’ 찾는다

2025-11-12

초록우산 ‘주거 기반 돌봄·자립 지원’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를 출산한 김민주(가명·30)씨는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육아를 시작했다. 월세 40만원짜리 원룸을 얻고, 야간 택배일도 구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초반에는 지인들에게 돌아가며 아이를 맡겼지만, 매번 부탁하기는 어려웠다. 정부 지원도 마땅찮았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도우미 배정에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늦은 밤에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기는 더 어려웠다. 이 와중에도 주거비는 매달 나갔다. 혼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방법이 없었다. 민주씨는 결국 자녀를 가정위탁하기로 했다. 그는 “누군가 잠시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었다면, 주거비와 생계를 유지할 소액의 지원금이라도 있었다면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돈이 조금 모이면 당장 아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

해마다 약 2000명의 아이가 부모와 헤어진다. 이유는 다양하다. 보건복지부의 ‘2024 보호대상아동 현황 보고’에 따르면 부모의 이혼, 빈곤과 실직 등 가정이 처한 사회·경제적 이유로 부모와 분리되는 아동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김승환 초록우산 아동옹호본부 옹호기획팀 과장은 “한부모·청소년부모·미혼부모 등 위기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충분히 제공된다면 매년 700여 명의 아동이 보호자와 떨어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고로 헤어지는 일, 막을 수 있다

위기 가정은 ▶불안정한 주거 ▶돌봄 공백 ▶취업 기회 감소 ▶소득 저하 ▶주거비 부담 심화가 맞물리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소득이 없어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된다. 일을 멈추면 다시 경제적 위기가 닥친다. 청소년부모의 경우에는 학업이 중단돼 저학력·저소득의 길로 내몰린다. 소득이 줄면 주거 불안정이 커지고, 또다시 생활의 기반이 흔들린다. 김승환 과장은 “위기가정이 직면한 문제는 주거·양육 등 개별 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복합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4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소득(488만7000원)의 60.3% 수준이다. 주거비 마련을 위해 빚을 진 한부모가구 비율은 지난해 50.7%에 달했다. 정부는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급여’를 제공하고 있지만, ‘중위소득 48% 이하’는 근로 연령대인 아동 가구가 충족하기엔 지나치게 낮다. 한부모 가구가 2인 주거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서울 기준 월 39만5000원이 지급된다. 고시원이나 모텔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건 아니다. 주거지원 외에도 아이돌봄서비스, 생계비 지원, 직업훈련 지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문제는 당사자들이 관련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한부모의 45.6%, 청소년부모의 59.1%가 구청이나 주민센터를 통해 지원 정보를 얻는다. 김승환 과장은 “주민센터가 한부모·청소년부모 지원 업무만을 전담하는 기관이 아니다 보니 자세하고 통합적인 안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잦은 순환근무로 공공 전달체계의 전문성과 책임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제도를 알게 되더라도 신청 절차가 복잡하다. 미혼모 이정윤씨는 “기관마다 요구하는 서류와 선발 기준도 조금씩 달라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번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거 기반 지원으로 원가정 보호

전문가들은 주거와 돌봄, 자립을 하나의 체계로 엮는 ‘통합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초록우산은 지난해부터 송아영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아동 중심의 위기가정 보호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조사’를 진행 중이다.

연구팀이 제시하는 지원의 출발점은 ‘집’이다. 아이들이 성장할 안정된 공간이 확보돼야 돌봄도 부모의 자립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위기가정이 지역 내 공공임대나 긴급지원주택에 입주하면 동시에 사례관리사와 돌봄 인력이 배정돼 아동의 일상 돌봄과 보호자의 자립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킹메이커 등 민간단체에서 운영 중인 ‘긴급지원주택’이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대상자가 1년 정도 주택에 거주하며 통합 사례관리를 받고, 학업 복귀와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이후 자립형 주거 지원으로도 연결된다.

법과 제도의 개정도 필요하다. 현재 위기가정에 대한 지원의 경우 주거는 국토교통부, 돌봄은 여성가족부, 복지와 생계는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흩어져 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제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법적 근거와 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연구진은 제안한다. 송아영 교수는 “아동 복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부처 간 협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지정하고, 현장 중심의 통합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돌봄통합지원법·아동복지법·주거급여법 등 관련 법률의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주거 안정과 돌봄·자립 지원이 결합할 때 비로소 아동은 원가정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장할 수 있고, 부모 또한 자립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아동이 가정의 형태나 조건과 관계없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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