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위로 봄눈…이상기후에 상인·농민 ‘혼란’

2025-04-14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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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한파·눈발… 옷가게 점원 롱패딩 입고 여름옷 판매 이상기후에 세탁소도 난감… ‘겨울코트’ 손님 발길 한산 농가마다 ‘작물 생장’ 초비상… 난방 늘고 수확은 줄어

벚꽃 위로 눈발이 흩날리는 ‘4월 이상기후’에 산업부터 농업까지, 경기지역 생활·소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14일 오전 11시께 찾은 AK플라자 수원의 한 의류 행사장에는 다양한 계절의 티셔츠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품을 진열하는 점원들의 옷차림은 반팔 의류, 롱패딩 등 가지각색이었다. 봄을 넘어 여름 상품이 유통가를 채웠지만 주말 사이 경기도를 덮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소비 현장에선 ‘겨울 복장’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계절 특수를 기대하던 세탁업계도 감 잡을 수 없는 날씨 상황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성시 기안동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 중인 김규만씨(62)는 “보통 이맘때면 겨울 코트나 패딩을 맡기는 손님이 몰려야 하는데 올해는 예년의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며칠 새 다시 추워지자 겨울옷을 맡겼던 손님이 옷을 되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외투들이 자리를 차지하니 빨리 처리하고 공간을 비워야 하는데, 올해는 그냥 놔둬도 될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농촌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곤혹스럽다. 이날 평택시 서탄면에서 만난 농민들은 “인근 농가마다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작물 생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를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고 입을 모았다. 애호박 농가를 운영하는 유형섭씨(67)는 “지난해보다 10만원 넘게 난방비를 더 쓰고 있지만 낮은 기온에 생장이 지연되며 수확량은 오히려 10~20% 줄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움직이던 유통·소비·생산 사이클이 이제는 ‘기후의 눈치’를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상기후가 의식주 전반의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계절 마케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산업 전반에서 기후 민감도를 높이고, 소비 흐름의 변화를 정교하게 읽어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산업 구조는 기후 리스크 대응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며,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뿐 아니라 관련 보험이나 금융 상품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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