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등은 어떤 모습인가요

2025-12-09

어두컴컴한 방, 소녀가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 그림을 그린다. 즐거워서, 칭찬받고 싶어서, 절망에서 빠져나오려 그리고 또 그린다. 올해 본 영화 중 마음에 깊이 남은 단 하나를 고르라면 애니메이션 ‘룩백’의 이 장면(사진)이다. 지난해 개봉했다가 올해 원작자 후지모토 다츠키의 ‘체인소맨’ 인기에 힘입어 재개봉한 58분짜리 애니메이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실사 영화로 제작 중이라는 벅찬 뉴스가 최근 전해졌다.

기발한 네 컷 만화를 교내 신문에 연재하는 초등학생 후지노는 어느 날 자기의 작품과 나란히 실린 교모토의 빼어난 그림에 압도당한다. 처음으로 ‘재능의 벽’에 부딪혀 그림에 더욱 몰두해보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고 만화가의 꿈을 접으려 한다. 집에 틀어박혀 학교에 오지 않는 교모토에게 졸업장을 전달하러 찾아간 길, 뒤를 따라 나온 교모토가 외친다. “저 ‘후지노 선생님’의 팬이에요! 선생님은 만화 천재에요!”

영화는 나를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을 찾은 두 소녀의 성장담이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가던 둘 앞에 돌연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후지노는 다시 책상에 앉는다. 그 등에, 가슴이 아린다.

제목 ‘룩백(Look Back)’은 서로의 등을 보며 커가는 두 소녀를 암시하는 동시에 오아시스의 명곡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에서 왔다. 한 해의 마지막, 룩 백의 시기. 우리의 등은 올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무엇에 집중했고 어떤 일로 흐느꼈는지 돌아볼 때다. 그리고 그 등을 따뜻하게 쓸어주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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