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고집불통

2025-01-15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갑진년 새해가 밝을 때만 해도 청룡의 희망을 얘기했는데 올해는 지난 연말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의 여파로 숙연한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을사년의 희망은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대통령 탄핵과 체포, 구속이라는 헌정사에 새로 맞닥뜨린 결과이기도 하지만 을사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도 분명 있을 법하다.

60갑자를 지나 120년 전 우리나라가 일본의 침탈에 국권을 잃을 당시 을사늑약, 을사오적이라는 사람들 때문에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는 해였기에, 뱀의 해는 좋은 이미지가 없는 듯하다. 어찌 되었던 12간지의 동물 중에서 뱀에 대해 호의적인 사람들의 평가는 드물다. 다만 의료인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스큘라피우스는, 의료와 의술의 신인데 그가 가지고 다니는 지팡이에는 뱀이 감겨 있다. 뱀은 허물을 벗고 성장해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불사, 재생, 영생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이스큘라피우스의 지팡이는 의료, 의술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 정도 선에서 뱀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올해는 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대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치과인들에게 을사년은 좋은 의미로 다가오길 바라며 지난 1월 2일에 있었던 신년교례회 및 2024 올해의 치과인상에 대한 소고를 피력하고자 한다.

매년은 아니지만 협회 신년교례회에 올해도 참석했다. 약 200여명 가까운 치과의 오피니언들이 자리한 이날 2024년 치과인상 시상식이 열렸다. 봉사 개인부분 수상자 두 분을 개인적으로 아는 터라 반갑기도 하고 수상자로 당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변영남 선생님의 경우 치과의사문인회에서 조우를 한 분이지만 시각장애인, 노숙자, 외국인 근로자 등 무료로 30년간 진료를 하였으며 2003년부터는 성동 외국인 노동자센터 치·의·한 진료에 앞장서고 계신다고 한다. 작년에 개인 클리닉을 폐업하시기 전에 한자리에서 50년 동안 꾸준히 치과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말 꾸준함의 가치를 아시는 분이라 생각되어 존경스럽다. 수상소감을 묻는 자리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받은 상금도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음은 이수백 원장님이시다. 관악구에서 개원한 필자가 자주 뵙는 분으로 관악구 회장도 하시고 1999년부터 열린치과봉사회의 창립 발기인으로 진료소 및 센터에 방문해서 북한이탈주민, 노숙인 등 역시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를 하였으며 장학금 지급도 하는 훌륭한 일을 하신 분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대통령상 수상 및 훈장까지 수여받고 타의 모범이 되신 분이다. 이 분 역시 관악구에서 개원하신 이후 그 위치에서 아들과 함께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두 분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꾸준함이다. 일시적으로 타인을 도울 수는 있지만 몇 십년간 꾸준하게 묵묵히 한다는 것이 귀감이 된다.

일본에서는 장인의 전통을 살려 백년 넘게 2,3대를 거쳐서 명인, 명물이 되는 가게가 많다. 근자에는 우리나라도 전통적으로 이어오면서 3대째 가문을 잇고 꾸준함을 보여주는 곳이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한 분야에서 우여곡절 속에서도 계속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두 분 모두 80세에 이르기까지 삶의 가치를 꾸준함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오늘의 결과가 이어졌다고 본다. 분명 자기만의 고집과 아집을 가지면서 좋은 방향으로 향했을 때 우리 사회는 밝아지고 더 나아가서 이런 분들 때문에 치과의사들의 이미지 개선에 좋은 역할을 해주게 된다고 본다.

물론 위 두 분은 널리 알려진 분들이지만 아직도 알려지지 않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다. 다만 수상자들의 활동에 비해 역할이 작아서일 뿐 꾸준함을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흔히 고집이 세다를 이용한 상품광고로 한길만 걸어온 이를 테면 “최씨가 고집한 전통 간장”이란 상품이 있다면 이는 꾸준함을 설명하기 위한 광고의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꾸준함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좋은 방향의 고집이고 꾸준함이다. 하지만 요즘 한 나라의 대통령이 고집불통의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로 일관하고 본인이 했던 말조차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안하무인격으로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않는 그 꾸준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수상자인 두 분들은 남을 살리기 위한 봉사의 꾸준함이었다면 대통령은 자신이 살고 남을 죽이기 위한 아집의 고집불통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불안정하니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빨리 안정이 되어야 하는데 을사년 한해도 격동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나마 치과계에는 노인 보험 임플란트 보철수복을 지르코니아로 인정을 받고 정량광형광기로 치아우식검사의 급여적용 기준이 15세까지 보장성이 확대되었고 급여비용이 3.2% 인상된 것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협회 노력의 산물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였다고 칭찬하고 싶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윤대통령의 지난 2년 6개월은 민주주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격이 훼손된 암울한 기간이었고 그런 기간 동안 치과계의 저수가로 인한 광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피해로 돌아왔다. 상식이 무너지니 저수가 30만원 대의 임플란트 광고가 당연한 것처럼 자리잡고, 진실을 모르는 국민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집불통의 저수가 광고치과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입소문에 의한 치과가 오래가는 이유는 꾸준함에 있다.

필자는 올해의 치과인상을 수상한 두 선배님의 수상소식을 넘어 꾸준한 봉사활동이 지속되도록 건강하시길 빌어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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