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교 4학년인 김소희씨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기 전 대전에 있는 한 카페에 취직해 매장 관리일을 했다. 그런데 김씨는 이 카페 A지점에 취직했는데 B지점에 가서 일하는 날이 늘었다. 알고보니 3개 지점을 각각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쪼개 운영하는 방식의 카페였다. 김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이 근로기준법 사각이고 이 카페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이유를 실감했다. 교육비, 초과근로수당, 주휴수당, 야간수당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연장근무와 매장의 지시사상을 어겼다는 이유로 재출근을 요구받았는데, 김씨는 이 요구가 명령처럼 들렸다.
김씨가 사장이 자신에게 욕설까지 하자, 참지 못하고 카페를 그만두면서 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 김씨의 진정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의 태도는 김씨를 더 화나게 했다. 근로감독관은 미지급 된 교육비 4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사장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처벌불원서를 쓰라고 제안 받았다. 감독관의 중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받을 돈이라며 처벌을 원한다고 해도 이 감독관은 재차 불원서 작성을 권했다. 결국 김씨는 불원서를 썼다.
김주영·김태선·박홍배·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인 미만 위장 사업장 방지를 위해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김씨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이 당한 경험을 공개하고 “5인 미만 위장 사업장은 강하게 처벌 받아야 한다”며 “법을 지키는 사업주가 손해없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하은성 노노무 입법연구분과장은 5인 미만 사업장 유형과 증가 추이를 분석해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 분과장은 “5인 미만으로 위장한 사업장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5인 이상으로 판단돼도 체불금품을 지급하거나 부당해고를 수용하면 실질적인 손해가 없다”며 “(심지어)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판단 태도로 인해 마땅히 인정돼야 할 위장 사업장이 소송에 가서야 인정된 사례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다른 발제자인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대법원의 사업성을 따져 별개 법인의 상시 근로자를 합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분석하면서 “노동관계법제는 근로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다”며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용자를 찾고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5인 미만 사업장의 보호 사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문제와 (고용취약계층인)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문제는 연결된다”며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이 너무 쉽다, 이 위장이 주는 특혜를 없애는 방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다”라고 촉구했다. 박영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남으려는 유인이 강하게 발생하고 고용인력을 줄이기 위해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위장도급, 위장위탁 계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전체 노동자의 20%에 이르는 5인 미만 사업장 임금 노동자의 권리가 제약되고 더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위장 계약의 피해를 입는다”고 지적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영세 사업자의 법 준수능력을 이유로 (근기법) 적용 확대를 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노동행정 감독의 어려움이 노동자의 보편적인 기본권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