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대 프로스포츠, ‘베팅 폭증’ 그늘…선수들 향한 살해 협박·조작 위험 급증

2025-11-16

스포츠 베팅이 미국 전역에서 합법화된 지 7년. 그러나 그 파장은 선수 개개인에게 더욱 거칠고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NFL·NBA·MLB·NHL)가 모두 도박과 관련한 징계·스캔들에 휘말린 상황에서 선수들은 “폭언·협박·금전 요구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17일 올해 각 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베팅 합법화 이후 선수들이 겪는 현실은 ‘경기장 밖의 또 다른 위험’”이라고 전했다.

베팅 합법화 이후 팬들은 SNS와 DM, 심지어 Venmo·Cash App 같은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선수에게 직접 금전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에서는 조사 대상 선수 133명 중 78%가 “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답했다. 한 베테랑 투수는 “9000달러를 내놓으라며 가족을 찾아가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구원 투수 리암 헨드릭스와 랜스 매컬러스 주니어도 가족을 향한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프로농구(NBA)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한 선수는 “매 경기 10개 이상, 가족을 해치겠다는 메시지를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는 “베팅에서 실패해 돈을 잃었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적 욕설과 죽음의 위협이 쏟아진다”며 “이대로라면 실제 공격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빙판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골리 한 명은 “막판 골을 내준 경우 매일 한두 개씩 욕설이 온다”며 “나 때문에 베팅을 망쳤다는 메시지가 대부분이고, 가끔은 죽이겠다는 협박도 섞여 있다”고 말했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도 키커 그레이엄 가노, 러닝백 에마리 디메르카도, 쿼터백 라마 잭슨 등이 잇따라 협박 피해를 고백했다. 잭슨은 “팬들이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선수의 득점·출전시간 등을 대상으로 한 베팅은 경기 조작 유혹과 내부 정보 유출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NBA는 최근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전 토론토 랩터스의 존테이 포터가 영구 제명됐다. 포터는 본인의 부상 상태를 고의로 과장하거나 출전 시간을 조절해 특정 베팅이익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포틀랜드 감독 챈시 빌럽스와 히트 가드 테리 로지어 등이 연방 수사 대상이 됐다. 이들은 외부 베터들과 접촉해 비공개 정보를 전달하거나, 베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선수·코치들까지 불법 베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NBA 선수들 절반 가까이는 “리그가 베팅 업체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 상충”이라고 비판했다.

MLB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클리블랜드 투수 엠마누엘 클라세·루이스 오르티스가 특정 피칭 결과를 조작해 금전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투쿠피타 마르카노는 자신이 속한 팀 경기와 관련된 베팅을 반복적으로 한 사실이 드러나 최종적으로 MLB로부터 퇴출됐다. 한 11년차 MLB 선수는 “지금처럼 누구나 휴대폰으로 베팅할 수 있는 시대에, 유혹을 받지 않는다는 건 순진한 말”이라고 실토했다. NFL은 최근 선수 부상·심판 판정·키커 실축 등 단일 플레이 관련 베팅 금지 지침을 재확인했으나, 대부분 스포츠북에서는 여전히 수백 개 마이크로 베팅이 가능하다.

NFL 선수들의 83%는 “리그의 도박 정책 교육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MLB·NBA·NHL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선수 보호와 규제의 실효성은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크리스 영 단장은 “우리는 선수·코치·심판 모두를 보호할 규정이 필요하다”며 기존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크레이그 브레슬로 단장도 “선수들이 실제로 협박과 매수 시도를 겪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베팅 합법화 이후 미국 스포츠 시장은 기록적인 베팅 증가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만큼 선수에 대한 적대적 반응, 경기 조작 시도, 정신적 부담이 병행하며 종목을 가리지 않고 리그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한 NBA 선수는 “좋은 경기든 나쁜 경기든, 매일 누군가는 내 DM에 협박 메시지를 보낸다. 이건 단순한 팬 문화가 아니라, 선수 안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애슬레틱은 “스포츠 베팅 시장이 계속 확장되는 가운데, 미국 4대 리그가 선수 보호와 경기 공정성이라는 양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앞으로 더 큰 시험대가 됐다”고 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