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36분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2층에 모여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함성을 질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직후였다. 법원 청사 내에 모여 있던 지지자 일부도 “꺅”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5일 이후 열흘만에 재차 법원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약 36분에 걸친 선고가 끝난 뒤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온 이 대표는 자신을 기다리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법원 청사를 빠져나왔다. 청사 밖에서는 민주당 의원 수십여명이 도열해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 대표가 밖으로 나오자 의원들 및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선고 결과에 대해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 어려움은 미미하고,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다만 ‘남은 1심 재판이 세 개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공동피고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차량을 향해 가는 동안 의원들 수십명이 물고기떼처럼 이 대표의 뒤를 따랐고, 이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난 뒤에도 남은 의원들은 서로 악수하고 얼싸안으며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선고에는 71명의 의원들이 왔었고, 이날은 약 60여명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생중계 유튜버만 20여명… 백발 지지자도 펄쩍 뛰며 환호
이 날도 15일 공직선거법 선고일과 마찬가지로 일반 차량의 법원 청사 내 출입이 금지됐고, 법원 청사 내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도 직원 신분증 또는 사건 관련 당사자·변호사만 확인 뒤 입장시켰다. 이 대표와 동일하게 오후 2시에 같은 출입구를 이용하는 바로 위층 법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의 마지막 공판이 열리는 통에 법원 청사 보안관리팀이 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회장도 보통 때엔 이 대표가 출입할 예정인 법원 서관 출입구에 내려 법원 청사로 들어갔지만, 이날은 다른 출입구를 통해 청사에 입장했다. 이 재판도 피고인만 13명, 변호인까지 합치면 수십명이라 보통 입장에 15분은 족히 걸린다. 보안 차원에서 동선을 분리하기 위해 이 회장이 재판 52분 전인 오후 1시 8분에 도착해 미리 법정에 들어가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동선이 차단된 것을 모르고 청사로 들어가려던 검사들이 당황하며 돌아서기도 했다.
열흘 전과 마찬가지로 중앙지검 인근 서초역 대로변에서는 이 대표 지지자들의 집회가, 법원 삼거리 차도에서는 이 대표의 유죄를 주장하는 쪽의 집회가 열렸다. 경찰 경비인력도 도합 약 3800명이 법원 청사 내·외부와 교대역·서초역 일대에 촘촘히 배치돼 혹시 모를 위험 상황을 주시했다. 15일과 동일하게 청사 입구 주변에 방어용 임시 울타리를 미리 설치해두었고, 청사 주변에 몰린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을 각각 분리해 충돌을 방지했다.
이날 법원 경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촬영은 금지되어있었지만, 법원 청사 입구 주변에 몰린 지지·반대 세력들 중 유튜브 생중계를 하는 사람만 스무 명 이상이어서 인근에서는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을 정도로 과부하가 심했다. 이들도 이 대표의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청사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크게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이재명 구속”을 외치던 무리는 선고 결과가 나온 뒤엔 조용해졌고, 이재명 지지자 무리에선 파란 모자·목도리·점퍼 차림의 중년 여성 무리가 “무죄!”를 연호하며 함박웃음과 함께 비명을 지르며 기뻐했다. 백발의 지지자도 “만세! 만세!”하며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었다. “이겼다! 기분좋다~ 술먹자”는 목소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