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2시 40분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1심에 무죄가 선고됐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옆에 집결했던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주최 측인 친명계 최대 조직 더민주혁신회의는 설치된 무대에 걸었던 ‘근조(謹弔) 사법부’ 현수막을 급히 내리고, 그 자리에 ‘이재명은 무죄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대신 걸었다. 지지자들은 축제 분위기처럼 일어서 환호했고 손에 들고 있던 파란 풍선을 힘차게 흔들었다.
불과 열흘 새 서초동 광장을 메운 진보‧보수 지지자 간 희비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뒤집혔다. 15일 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을 때 초상집과 잔칫집 분위기를 연출한 두 집단은 이날 정반대가 됐다. 검찰청사를 사이에 두고 이 대표 선고 결과에 극명하게 ‘갈라진 광장’은 정치 분열의 축소판이란 지적도 나왔다.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날 오후 1시 검찰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 1시 30분 기준 1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했다. 15일 같은 시간대와 비교하면 집회 참여자 수가 다소 줄었다. 집회 공간을 가득 메웠던 열흘 전과 달리 곳곳에선 빈자리도 보였다. 이날 주최 측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석 인원은 2000명이다.
지지자들은 선고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판결을 기다렸다. 이상혁(25)씨는 “검찰의 정적 죽이기에 이어 (지난 15일) 사법부의 비정상적인 선고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당연히 걱정된다”며 “솔직히 오늘은 마음을 내려놓고 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0분쯤 이 대표 무죄 속보가 나오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지지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감사합니다” “만세”라며 눈물을 닦았다. 김진성(45)씨는 “너무 기쁘다. 진실이 승리할 줄 알았다”며 “오늘은 조금 포기한 상태였는데 너무 벅차서 더 이상 말도 못하겠다”고 했다. 재판 이후 이 대표가 탄 차량이 지나가자 지지자들 100여명이 차량 쪽으로 뛰어가 이 대표의 이름을 연신 외쳤고 이 대표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같은 시각 법원과 검찰청 사이 2개 차로에서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지지자 800여명은 ‘이재명 구속’을 연호하며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이들 대부분이 유죄를 예상한 듯 선고 직전까지 ‘이제 감방에 가자’라는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무죄 선고 소식에 분위기는 일순간 실망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 “미친 X들 아니냐” “개XX들”이라며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쓰인 피켓은 구겨진 채 바닥을 나뒹굴었다. 전종범(55)씨는 “대한민국 법치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열흘 전 유죄 선고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보인 반응과 판박이였다.
당시 보수 지지자들은 “잔치국수 먹자”며 이 대표 지지자들을 도발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분노의 나팔을 불면서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런 서초동 풍경은 이 대표의 ‘남은 5개의 재판, 13번의 선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반복될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초동이 분열된 정치의 축소판이 된 지는 오래”라며 “양 진영 지지자들이 사법부의 판결을 과도하게 자의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법제도 신뢰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동덕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양 진영의 계속되는 갈등과 분열은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난 판결에 이어 유·무죄 1대 1 상황이 되면서 양 진영이 서초동에서 충돌하는 양상은 재판 때마다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