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들을 보고 있자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얼굴 한구석에 그늘이 져 있고 곧게 펴져야 할 어깨는 둥글게 움츠러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여유 넘치던 그들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대화 몇 마디만 해보면 이유는 금방 파악된다. 그들과 자리를 한다치면 말미에는 늘 “그래서 금융감독원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답니까”라는 질문이 따라 붙는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 후 금융 당국이 연일 PEF 업계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다.
그들에게 금융 당국은 낯선 존재다. 애초 사모(私募·사적으로 모으다) 시장에 뿌리를 둔 탓에 당국 규제의 틈바구니에서 한 발치 떨어져 있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기도 했다. 당국 또한 “소수 전문가들이 본인 역량하에 적정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며 불개입 원칙을 견지해왔다. 고려아연 사태까지만 해도 중립자적 위치를 자임했던 당국이 홈플러스 회생 신청 후에는 적극 개입으로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그간 규제 무풍지대였던 사모펀드 시장에 일부 투명화 장치가 필요해 보이기는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모펀드에 분기별 보고서 제출과 연간 감사를 의무화했다. 이 같은 조치로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사모펀드 업계는 그간 정보 공개에 사적 계약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모펀드에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만은 없다. 과도한 규제는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인수 금융 비율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나 과도한 공시 요구는 사모펀드 경쟁력을 약화시킬 개연성이 크다. 중소형 펀드는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지고 국내 PEF만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다.
지금은 사모펀드의 부정적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주체로 등장해 한 축을 맡았다. 부실기업에 새 숨결을 불어넣고, 유망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일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차입 구조 등 특정 문제만 도려내야 한다. 규제는 칼날이 아닌 수술용 메스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