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본시장 밸류업 이렇게 어렵다는 걸 보여준 상법개정안 거부…“이래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2025-04-01

정부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상승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떠나갔다. 전문가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와 같은 주주가치 침해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래도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인가”라며 비꼬는 반응이 나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일 상법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일반 주주까지 확대하면 소송이 남발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상법개정은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고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 역행하게 되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상법 개정이 일반 주주 보호를 의무로 담았다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노력’이라는 문구만 들어가 있다.

시장은 바로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거부권 행사 직후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오전 상승분을 대거 반납했다. 특히 상법개정에 민감한 SK·LG·LS 등 지주사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며 장중 하락전환했다. 코스피는 이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선고 기일이 발표되면서 1.62% 상승마감했지만 외국인은 약 3910억원을 순매도하며 한국 증시를 떠났다. 자본시장법으론 이 같은 저평가 요인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반영된 셈이다.

상법개정은 그동안 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마지막 퍼즐로 꼽혔다. 해외 연기금를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 투자자들 역시 상법개정을 지지했다. 지배주주의 거수기로 전락한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를 견제하도록 해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투자자의 신뢰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 유입을 추진하는 정부가 기업의 손을 들면서 투심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투자자 커뮤니티에선 “국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공매도 재개의 영향과 트럼프 리스크도 있지만 상법개정 거부권에 대한 실망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은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살리는 ‘본질적’ 지배구조 개선과 거리가 멀고 합병·분할 등 일부 사안에만 국한된 만큼 주주가치 침해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장 주주가치 침해 논란이 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으론 제재할 수 없어 번번이 금융당국이 개입해야 한다. 정부는 주주 보호 관련 판례가 누적되면 주주 보호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의 기능을 바로잡자는 것이 상법개정의 취지”라며 “상법을 거부하고 자본시장법만 개정하겠다는 건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관치와 정경유착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준범 변호사는 “주주충실의무와 관련한 회사법 사례가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며 “판례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영영하지 않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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