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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달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금리 인하로 약 2년 4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시급한 데다 이미 최근 환율에 2월 인하 기대가 선반영돼 리스크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함께 발표될 한은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는 25일 오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이하 통방회의)를 열고 현재 3% 수준인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3.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며 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도 금리를 0.25%p 낮췄으나 환율 불안을 이유로 지난 1월에는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며 금리 인하 흐름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5%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 이번 통방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경우 기준금리는 2022년 10월 이후 약 52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하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위축된 소비심리로 내수회복이 더뎌지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줄며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이후 2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금리 인하 주장에 힘을 싣는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규모와 항목 등 세부 안건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포함한 총 34조 원 이상의 '슈퍼추경'을 제안했으며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선심성 매표 예산'이라며 반발했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지목됐던 '환율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 1470원대를 넘나들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30원대까지 낮아졌다.
통상적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는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을 키우며 환율을 자극하지만, 현재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환율시장에 선반영돼 있어 추가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화 약세의 주요 이유가 침체된 국내 경제상황인 만큼,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설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금리에 선반영된 한은의 금리 인하 재료는 현재 환율 레벨에서 추가 원화 약세 재료가 어렵다"면서 "원화 연동은 주요 통화와 상대 금리차, 절대 금리 순으로 돈의 방향을 보면 지난 원화 약세 분위기와는 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와 함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 등을 담은 '수정 경제전망'도 내놓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GDP 성장률을 1.9%로 제시했으며 지난달에는 블로그를 통해 이례적으로 올해 전망치를 1.6~1.7%로 수정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6%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국회 기재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영진(민주·수원병) 의원의 저성장 관련 질의에 "올해 성장률 1.6% 전망을 다시 보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 외에도 미국의 여러 경제 정책이나 연방준비제도 금리 정책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