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이가 매일 가는 편의점에 정작 아이들이 먹을 게 없더라고요.”
신은지 CU 스낵식품팀 MD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CU 운영사 BGF리테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편의점 최초 키즈 전용 스낵의 출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CU는 지난달 26일 2~7세 아동을 위한 ‘밀크쿠키’와 ‘치즈밀크쿠키’ 2종(각 2000원)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 10일부터는 ‘인절미 쌀과자’와 ‘구운 감자 쌀과자’(각 2900원), ‘멀티비타민 젤리’ 등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스낵 상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편의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먹거리는 소위 ‘돈이 안되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타깃층이 좁은데다 영양적으로도 고려할 게 많아 노력 대비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캐치!티니핑’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제품이 늘어나긴 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는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육아휴직에서 돌아온 신 MD는 지난해 12월 스낵식품팀에 발령받자마자 키즈 전용 스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존에 없던 상품이라 내부 저항이 적지 않았지만, 아기 엄마인 자신이 느낀 필요성이 시장에서도 통할 것으로 확신했다. 신 MD는 “세 살배기 아이가 매일 편의점에 가는데 너무 달거나 짠 안주 위주의 성인용 스낵만이 가득했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스낵이라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통상 아이들이 먹는 유기농 과자는 온라인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가야 구할 수 있다. 만약 2만 개에 달하는 집 앞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면 접근성 면에서는 이점이 분명했다. 또한 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부모 및 조부모 특성상 2000원대 가격 역시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엄마인 자신이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제작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쌀과자의 경우 국내산 유기농 쌀가루로 반죽한 후 동그란 모양으로 일일이 잘라 튀기지 않고 구워내는 등 공정이 복잡해 제조사부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편의점이 가져가는 마진을 최소화해 설득을 거듭한 끝에 제조에 성공했다. 실제 이번에 출시한 제품들에는 유기농 재료와 DHA, 비타민E 등 아동 성장과 발달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대거 함유됐다. 어린이 상품 특성상 패키지를 지퍼백 타입으로 만들었고 포장 뒷면에는 실종아동 예방시스템인 ‘아이CU’ 홍보문구를 담는 등 아동 안전을 위한 공익성도 보강했다.
반응은 가맹점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개최한 ‘2025 CU S/S 상품컨벤션’에 참가한 가맹점주들은 어린이뿐 아니라 치아가 약한 노년층에게도 필요한 제품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실제 발주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 MD는 “지난해 CU의 최고 히트작이라고 불리는 ‘생과일하이볼’ 역시 기존에 없던 생원물을 다루는 제품이라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성공해냈다”며 “키즈 전용 스낵 역시 새로운 도전이지만, 어린이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가 분명한 만큼 새로운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