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해소 목적 감자 후 무상증자…재차 재무구조 악화
회계업계 "정상적 재무 활동으로 보기 힘들어"
비엘팜텍 "자금조달 계획 중…유통 주식 줄어 자금조달 차질"
[인사이트녹경=박준형 기자] 비엘팜텍이 90% 무상감자에 나선 직후 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자본잠식 리스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상증자로 자본금 증가와 함께 자기자본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감자를 통해 개선된 재무구조가 증자로 인해 재차 악화한 상황이다 보니 ‘조삼모사’ 식 증자란 지적이 나온다. 비엘팜텍의 적자 규모를 고려할 경우 올해 자금조달 없이는 또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무증에 재무 악화…올해 39억 적자 시 또 자본잠식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엘팜텍은 지난달 25일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이 발생했다. 보통주 1주당 2주를 배정할 예정으로 무증을 통해 발행주식 수는 기존 889만2985주에서 2667만8955주로 3배 증가한다. 무증 재원은 주식발행 초과금으로 약 89억원이 사용됐으며, 신주는 오는 20일 상장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비엘팜텍의 무상증자를 두고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엘팜텍이 무상증자 직전 감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비엘팜텍은 지난해 12월 보통주 10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하는 90% 무상감자를 단행했다.
비엘팜텍이 감자에 나선 것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함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엘팜텍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444억원, 281억원으로 38.87% 부분 자본잠식 상태였다. 비엘팜텍은 감자를 통해 약 444억원이던 자본금은 약 44억원으로 줄었고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커지면서 자본잠식도 해소했다.
다만 감자 직후 이뤄진 무상증자로 비엘팜텍의 자본잠식 리스크가 재차 커졌다. 무상증자 재원으로 사용된 89억원 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했으며, 신주가 발행되면서 44억원이던 자본금은 약 133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잠정 실적 기준 비엘팜텍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44억원, 259억원이다. 여기서 지난 2월 진행된 무상증자로 늘어난 자본금과 줄어든 자기자본은 각각 89억원이다. 이를 고려한 비엘팜텍의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133억원, 171억원으로 계산된다. 비엘팜텍의 지난해(잠정)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32억원, 40억원이다. 추가 자금조달 없이는 올해 39억원의 순손실만 기록해도 재차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비엘팜텍은 지난 201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약 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자회사 비엘헬스케어(300억원) 매각 등으로 순이익이 발생했을 뿐 2022년과 2021년에는 각각 136억원, 2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상증자가 비엘팜텍의 재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회계업계 전문가는 “무상감자를 통해 간신히 자본잠식을 해소한 회사가 감자 직후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의 재무활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자 직후 이뤄진 증자는 회사 재무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금이 늘고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만큼 향후 적자가 이어질 경우 또다시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자 직후 이뤄진 증자 관련 <녹색경제신문>의 질의에 비엘팜텍 관계자는 “무상감자 이후 유통주식이 많이 줄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 있다”면서 “자금조달 차질 등의 이유로 무상증자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잠식 리스크 해소 등을 위한 자금조달 계획은 있지만 아직 명확히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감자 직후 주가 롤러코스터…투자 주의
감자와 증자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비엘팜텍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비엘팜텍은 무증 공시 다음날인 13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20일에도 상한가에 올랐으며, 권리락이 발생한 25일부터는 사흘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무증 공시 직전(2월12일) 637원(권리락 전 1913원)에 마감했던 주가는 12거래일만에 2440원까지 오르며 283.04% 급등했다.
지난 4일 투자경고 종목 지정에 따른 거래정지가 이뤄진 이후에는 급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거래재개 다음날인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연속 두자릿대 하락률을 보였다. 3일 2440원에 거래를 마감했던 주가는 지난 7일 1685원 하락하며 3거래일 만에 30.94%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비엘팜텍의 시가총액을 보면 150억원 수준인데 90% 감자 직후 유통 물량이 매우 적었을 것”이라면서 “유통주식수가 줄면 적은 자본투입으로도 주가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만큼 향후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엘팜텍 관계자는 “무상증자가 통상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지다 보니 주가가 크게 오른 것 같다”면서 “무상증자 신주 상장일이 20일로 예정됐는데 주가 흐름은 신주 상장 이후에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나 최대주주 등이 의도적으로 주가에 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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