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다.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에 돈이 몰리면서, 원화값은 주간 종가기준 일주일 여 만에 1달러당 1400원선을 뚫고 하락했다.
2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거래소에서 천연가스 1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3.94% 오른 메가와트시(MWh) 당 48.640유로(7만13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천연가스 선물이 가격이 48유로를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직후인 2022년 8월 300유로(약 44만원)대까지 폭등했다가 올해 20월엔 20유로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쿠르스크 침공, 북한군 파병,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등으로 전황이 격화하면서 가스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확전 경계감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하면서 고조됐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격에 사용된 무기는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이라고 확인했지만, 확전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상승세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5달러(1.96%) 오르면서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브렌트유 선물은 1.42달러(1.95%)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러·우 간 긴장감 고조에 안전자산인 달러가치가 뛰면서 원화값은 종가기준 1400원 선을 깨고 하락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기준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달러당 4.3원 내린(환율은 상승) 1401.8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기준으로 1400선을 뚫고 하락한 것은 지난 14일(달러당 1405.1)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시장에선 강달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경제가 홀로 순항하며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용의 선행 지표인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는 21만3000명으로 전주보다 6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시장의 예상치(22만명)도 밑돌았다. 미국에선 구직 활동을 시작한 실업자들이 신청하면 실업수당을 제공한다. 이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적으면 앞으로 실업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확률 전망은 40.6%로 1주일 전(27.8%)보다 크게 상승했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도 원화값 하락 현상을 부추기는 잠재적 요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월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고관세 정책을 실현하고 러·우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 상반기 1450원 선까지 원화값이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