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004800)이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페라리와 한국에 합작사를 설립한다. 자회사 FMK를 통해 보유중이던 페라리 수입권·판매권 사업 중 수입권 사업을 떼어내고 이 회사의 경영권 지분을 페라리 측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FMK를 페라리코리아·FMK 등 2개 회사로 인적분할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페라리코리아 지분 51%를 이탈리아 페라리사에 팔기로 최근 계약했다. 매각가는 수십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FMK 지분 100%는 효성이 그대로 보유한다. 이로써 페라리가 페라리코리아 최대주주에 올라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게 됐다. 관련 절차는 올 하반기 모두 마무리 될 예정이다.
효성은 2015년 FMK 지분 100%를 약 200억 원에 동아원으로부터 인수했다. 동아원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장인어른인 이희상 회장이 이끌던 기업이다. 지난해 효성그룹이 ㈜효성과 HS효성(487570)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분리되면서 조 회장이 이끄는 ㈜효성이 FMK를 가져왔다.
업계에서는 ㈜효성의 이번 페라리 합작사 설립이 그룹 전체의 경영효율화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진단한다. ㈜효성은 지난해 HS효성과 분리된 뒤 효성티앤씨(298020)·효성중공업(298040)·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을 주축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효성화학이 효성티앤씨에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매각한 게 대표 사례다. 이에 앞서 FMK는 보유하던 마세라티 수입권을 이번 페라리와 동일한 방식으로 마세라티코리아에 매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달 초엔 FMK가 세계 최대 상용차 제조사 다임러 트럭과 함께 국내에 '스타트럭코리아'를 공동 설립하는 등 수입차 판매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사업에서 다소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입권 부문은 떼어내고 딜러 역할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신 판매 차종과 브랜드를 늘리는 등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FMK는 올 상반기 매출액 1213억 원, 영업손실 13억 원을 기록했다. 매년 수십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효성의 이번 수입차 사업 재편이 HS효성의 수입차 딜러사업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HS효성은 지난해 분리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도요타, 재규어 랜드로버 등의 한국 딜러사를 가져갔다. 현재도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수입차 판매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