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노인 시대, 시니어케어 뛰어든 생보사들

2024-09-14

치매가 있는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시려는 A(58)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좋은 시설을 찾기 어려워서다. A씨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시설에 모시고 싶어 기업이나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곳들도 알아봤지만, 대기자가 많아 1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규모가 작은 시설도 알아보고는 있지만 인력 상황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올해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요양시설(요양원)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등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요양시설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현재 요양시설이 영세 혹은 초고가 시설로 양극화돼 있는 만큼, 중산층이 원하는 시설에 대한 수요가 커진 점도 맞물렸다.

14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내년 서울 은평과 강동, 수원 광교에 요양시설 추가 개소를 준비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영 중인 요양시설인 위례빌리지와 서초빌리지의 대기자가 4700여명으로 정원(125명‧80명)을 훌쩍 넘기는 등 수요가 몰리자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신한라이프도 시니어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해 내년 경기 하남 등에 노인요양시설을 열 예정이다. 삼성생명과 NH농협생명 등도 시니어 관련 돌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요양시설에는 장기요양보험 1~2등급(시설등급) 판정을 받은 노인이 입소할 수 있는데, 본인부담금은 비용의 최대 20%가량이다. 80%는 장기요양보험 시설급여가 적용된다. KB골든라이프케어가 운영하는 요양시설의 경우 1인실 기준 본인부담금이 월 300만원 안팎으로 비싼 편이지만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인력배치 기준보다 30% 많은 직원들이 이용자를 24시간 돌보는 점, 도심지 접근성이 좋은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보험사 운영 시설이 공략하는 건, 본인부담금을 좀 더 내더라도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는 수요다. 현재 요양시설의 75%가량을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보니(2021년 기준), 영세한 시설이 적지 않아 인력 부족 등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요양시설 공급 자체도 부족한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시설급여 이용 노인 수는 34만여명으로 2021년보다 1.6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경우 현재 시설의 정원 수보다 2배 이상의 정원이 확보돼야 한다.

보험업계에선 노인 돌봄 수요를 원활히 감당하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30인 이상의 요양시설을 만들 때는 사업자가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는데, 임차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입소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선 100인 규모 요양시설 설립에 5~6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만큼, 토지‧건물 소유 규제만 완화되어도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험사 운영 시설에 기대하는 서비스 수준이 높다 보니 사업 초기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요양시설뿐 아니라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사업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건강상태가 양호한 ‘액티브 시니어’가 자신의 생활을 자유롭게 영위하면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거주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버타운의 경우 토지‧건물 소유에 대한 규제가 지난 7월 완화됐지만, 보증금과 이용료가 비싸다 보니 보편화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세제‧대출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입주비용이나 월 이용료 인하를 유도하면, 노인요양시설로 몰리는 수요도 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관련 인센티브가 제공되거나 규제가 개선되면서 다수 보험사가 요양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있다. 대형손해보험그룹 솜포(SOMPO) 홀딩스는 약 2만6000호가량의 요양시설‧고령자 주택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다만 요양시설이나 노인복지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규제 취지가 이용자 안정성과 시설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 만큼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참여연대는 “규제 완화로 민간 사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 노인 요양의 안정성 부실화, 과도한 시설화 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요건을 강화해 이용자의 거주 지속성을 담보하는 등의 보완책도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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