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대한민국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1949년 가입한 지 75주년 되는 날이다. FAO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으며 세계식량계획(WFP), 국제농업개발기금(IFAD)과 함께 로마의 3대 유엔 농업기구(RBA·Rome Based Agencies)를 구성한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국제기구 분담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FAO 분담금은 약 1300만달러(세계 9위), WFP에 지원하는 식량원조 예산은 112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비해 국제기구와 농업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내 공감은 약하다. 국제기구 분담금은 늘었으면서도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농무관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주요국들이 RBA 업무를 담당하는 대사관과 별도의 로마대표부를 설치하거나 책임자를 공사급으로 격상한 것과 대비된다.
별도의 대사급 로마대표부를 운영 중인 국가는 미국·프랑스·중국 등이다. 일본도 2024년부터 로마대표부를 개설해 주이탈리아 대사가 대표부 대사를 겸직하도록 했다. 공사급이 책임자인 나라는 인도·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국제기구 업무의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한국정부가 아프리카·아시아 농촌개발기구(AARDO) 극동지역사무소를 서울에 유치했으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FAO와 한국정부 간 연락 기능을 하는 기존의 FAO 한국협회(1957년 설립)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기보다 유사한 FAO 한국연락사무소를 유치했다.
반면 산림청은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를 서울에 유치하고 직원 30명 규모의 국제기구로 발전시켰다. 농촌진흥청은 개발도상국에 농업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센터를 세계 22개국으로 확대했다.
이제 농식품부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의 두배 확대, 아프리카 국가와의 ‘케이(K)-라이스벨트(한국형 쌀 생산벨트)’ 구축사업 본격화, 쌀 식량 원조 사업량 대폭 증대 등 농업협력 붐을 계기로 국제농업협력 조직을 재정비할 때다.
우선 농식품부가 농진청과 산림청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관련 협회까지 포괄하는 국제농업협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협력관을 국제협력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국장 아래 국제기구 담당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전문가를 보강해 국제협력 지원업무를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공공기관의 국제농업협력 업무를 분리하고 관련 협회 등과 통합해 새로운 전문기관 설립도 검토할 만하다.
아울러 로마의 국제기구 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한국 대표부 설치도 추진해야 한다. 우선 주이탈리아 대사관의 명칭을 ‘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겸 로마 소재 국제기구대표부(가칭)’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주영국 대사관 명칭을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겸 주국제해사기구 대한민국 대표부’로 변경한 것과 유사하다. 다음으로 RBA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서기관급에서 공사급으로 격상하고 인력도 추가해야 한다. 대사관에서 대표부를 분리, 대사급을 임명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국제기구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산림청은 산림공무원을 AFoCO 국제기구 직원으로 파견하는 형식으로 전문인력을 육성해왔다. 농식품부도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이준원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