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대미 무역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캐나다가 역대급 확장재정 정책을 편다. 주요 7개국(G7)임에도 트럼프식 관세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만큼 추락한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정치 신인인 마크 카니 총리는 인프라·국방 투자를 늘리는 대신 공무원 감축 등 체질 개선을 밀어붙이며 국가 대개조를 이끌고 있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은 4일(현지 시간) 하원에서 2026회계연도부터 2030회계연도까지 주요 재정 계획이 담긴 새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에는 ‘강력한 캐나다 구축(Building Canada strong)’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예산안의 핵심은 앞으로 5년간 2800억 캐나다달러(약 287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인프라 개선(1150억 캐나다달러) △생산성·경쟁력 향상(1100억 캐나다달러) △국방·안보(300억 캐나다달러) △주택(250억 캐나다달러) 등이 포함됐다. 올해 3월 취임한 카니 총리의 첫 구상이 담긴 이번 예산안은 재정적자가 1년 새 363억 캐나다달러에서 783억 캐나다달러로 급증할 만큼 역대급 확장재정으로 평가된다.

규모가 가장 큰 인프라 개선과 생산성 향상 투자는 대미 교역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항만을 비롯한 인프라 개선을 통해 10년간 비(非)미국 시장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미국의 관세로 타격을 입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목재 등에 관세를 때리면서 캐나다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1.9%에서 1.1%로, 내년은 2.1%에서 1.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대미 수출 85%가 무관세 적용을 받지만 캐나다 수출국 중 미국이 70%를 차지할 만큼 미국 의존도가 압도적이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라며 조롱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에서 자신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광고가 나오자 캐나다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는 예산안 해설을 통해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캐나다 기업이 타격을 입고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이제 캐나다를 강하게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카니 내각은 내년 국방 예산도 지난해보다 90억 캐나다달러 늘어난 640억 캐나다달러로 편성하고 5년간 810억 캐나다달러를 국방 강화에 추가로 투입한다. 앞서 카니 총리는 올 6월 캐나다가 국내총생산(GDP)의 2%로 규정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5년 앞당겨 올해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폴리티코는 “주요 동맹국들에 대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정부는 막대한 투자로 단기간 재정적자가 급증하지만 구조 개혁을 통해 5년 뒤에는 570억 캐나다달러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인력 재조정 등을 통해 2029년까지 공공 부문 일자리를 4만 개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야당은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며 정부를 비판했지만 카니 총리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캐나다인이 다시 통제력을 가지는 것”이라며 투자를 위한 긴축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다만 집권 자유당이 하원 과반 의석에 3석 부족한 만큼 이달 17일 표결에서 예산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예산안이 내각 신임 투표 성격을 띠고 있어 부결될 경우 조기 총선까지 실시될 수도 있다. 카니 총리는 “이 나라에 가장 적합한 예산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예산안 통과를 위해 조기 총선까지 감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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