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학자 500여명 “G20, 불평등 다룰 상설기구 설립 지지해달라”

2025-11-16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 등 경제학자·불평등 전문가 500여명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불평등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불평등을 다루는 상설 독립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이끈 ‘G20 불평등 특별위원회’가 해당 기구 구성을 권고한 데 힘을 싣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의 경제학자·불평등 전문가 500여명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스티글리츠 교수가 이끄는 G20 불평등 특별위원회가 권고한 것처럼 글로벌 불평등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불평등 패널(IPI)’ 설립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는 경제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인으로는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는 세계가 불평등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는 G20 불평등 특별위원회의 견해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극단적인 부의 집중이 비민주적 권력 집중으로 이어져 사회적 신뢰를 붕괴시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평등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적 선택의 결과”라며 “우리는 불평등을 줄이고 더 평등한 사회와 경제를 세우기 위한 명확하고 검증된 조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G20 불평등 특별위원회는 지난 4일 올해 G20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청으로 작성한 글로벌 불평등 보고서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4년 사이 전 세계 인구 상위 1%가 새로 창출된 부의 41%를 차지했고, 하위 50%에게 돌아간 부는 고작 1%에 불과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는 보다 평등한 국가에 비해 민주주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7배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이 필요한 만큼 새로운 국제 불평등 패널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국제 불평등 패널은 기후변화의 원인·영향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모델로 한다. IPCC 평가보고서 작성엔 195개국 회원국 출신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국제 불평등 패널은 기후변화 분야에서 IPCC가 해온 뛰어난 역할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불평등 위기를 인식하는 상당수의 G20 정부들이 새로운 국제 불평등 패널 설립을 지지하고, 이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남아공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는 오는 22∼23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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