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의 마법, 장…식탁에 활짝 피었습니다

2025-08-29

아름지기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 전시

외국인 셰프들이 한식에 주목하면서 가장 놀라는 부분이 바로 ‘발효의 마법’이다. 물과 소금, 콩으로만 풍미를 끌어낸 시간의 선물. 더욱이 집집마다 장을 직접 만들어왔기에 그 맛이 다 다르다. 백가백미(百家百味). 그 풍요로운 맛을 지금의 우리는 어떻게 일상에서 맛보고 있을까. 또 ‘살아 있는 문화’로서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을까.

8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열리는 전시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은 한식의 본질이자 발효 식문화의 핵심인 ‘장(醬)’이 키워드다. 홍정현 아름지기 이사장은 “한국 식문화의 바탕이 되는 장이 지닌 깊이와 풍요로움을 온전히 들여다보고, 오늘의 일상에서 그것이 어떻게 조화롭게 쓰이고 또 살아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장과 음식’ ‘장과 도구’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됐다. 1층 공간에 펼쳐진 ‘장과 음식’ 부문에선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맛공방이 선정한 열 가지 장과 함께 그 장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열 가지 음식을 선보인다. 청장(간장)·약고추장·된장·청국장 같이 익숙한 장도 있지만 두부장·대구장·즙장 등 이름도 생소한 장들이 눈에 띈다.

대구장, 온지음이 현대인 입맛에 맞게 개발

온지음 맛공방 연구원이자 미쉐린 가이드 1스타 식당 ‘온지음’을 책임지는 박성배 셰프는 “두부장은 사찰에서 즐겨 먹던 것으로 두부를 베주머니에 넣어 된장에 박아 놓고 일정 기간 두었다가 꺼내 먹는 별식 장”이라며 “치즈나 푸딩처럼 질감도 맛도 부드러워 단맛 나는 참외 등의 과일 또는 채소를 찍어 먹으면 특유의 ‘단짠’ 조합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된장으로 꼭 찌개만 끓여 먹으라는 법은 없다”며 “된장 특유의 짠맛을 다른 식재료와 함께 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할 수 있다면 우리 전통 장이 젊은 세대와 함께 미래의 식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대구장’은 전통 장인 어장을 온지음만의 고유한 발효법과 해석으로 현대인의 식탁에 맞게 개발한 장이다. 온지음 맛공방 연구원이자 식당 온지음을 책임지는 조은희 셰프는 “온지음에선 여러 종류의 장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며 “대구장은 살을 발라낸 후 필요가 없어진 대구 뼈 등의 부산물을 구운 후 끓여서 졸인 진액에 메주가루와 찹쌀가루를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발효시킨 것인데 감칠맛이 좋아 실제로 온지음의 여러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선 같은 바다 산물인 해물을 이용한 떡볶이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된장으로 맛을 낸 ‘장온면’은 따뜻하게 먹는 토속 국수로 바로 가정에서 따라 하기 좋은 음식이다.

아름지기 사옥의 2층 공간 한쪽은 전통 한옥으로 꾸며져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한 ‘계절을 담은 전통 상차림’ 섹션에선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벗 삼아 즐겼던 계절별 장 음식을 선보인다. 장으로 맛을 낸 묵은 나물과 함께하는 정월대보름의 복쌈, 여름철 각종 장과 같이 즐기는 상추쌈 등이다. 특히 반가에서 추운 날 온돌방에서 즐겼다는 ‘청육장’ 이야기가 흥미롭다. 박 셰프는 “청육장은 청국장과 비슷하면서도 만드는 법에서 차이가 있다”며 “콩을 살짝 볶은 후 삶아서 메주를 띄우면 고소한 맛은 더욱 강해지고 콤콤한 맛은 살짝 줄어든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장에 평소 좋아했던 우족·전복·건해삼·채소 등을 넣고 청국장처럼 끓인 다음 겨울날 밖에 두면 살얼음이 살짝 생긴다. 우리 선조들은 이를 안주 삼아 겨울철 뜨끈한 온돌 아랫목에서 술 한 잔을 즐겼다니 상상만 해도 침이 고이면서 한 겨울의 멋과 풍류가 느껴진다.

2층 공간 다른 전시장에는 ‘장과 도구’ 섹션이 준비돼 있다. 온지음 맛공방 연구원들과 김경찬·김동준·김민욱·박선민·백경원·손민정·안성규·양유완·온지음 디자인실(이예슬)·이석우 SWNA·이인진·이지호·정영균·한정용·황경원 등 공예작가·디자이너 15인이 협업해 만든 장독·항아리·국자·주걱 등 장을 담고 사용할 때 쓰이는 도구와 식탁 위 식기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목재·금속·유리·흙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그릇과 도구들은 전통적인 멋과 현대인의 미감을 조화롭게 풀어낸 조형미로 식탁 위 풍경을 친숙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펼쳐낸다. 식탁에서의 경험이 단순히 혀에서 느끼는 미각 뿐 아니라 손끝의 감각, 시각적인 풍요로움으로도 전달될 수 있음에 주목한 공간이다.

홍정현 이사장 “장의 풍요로움 탐구”

김소연 전시 책임자는 “발효음식의 대표 격인 우리의 장은 음식 맛은 물론 삶의 공간, 일상의 도구, 계절의 흐름까지 아우른다”며 “그렇기 때문에 장 문화는 단순히 식문화 일부가 아니라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는 장 문화의 가치와 가능성이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더욱 다채롭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확장돼 다음 세대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아름지기 전시의 주제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한편 아름지기는 비영리 문화재단으로 매년 기업 및 문화예술지원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기획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주얼리·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철학을 공유하며 11년 째 메인 후원사로 동참하고 있다. 그 밖에 이건박영주문화재단,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한 10년 이상 꾸준히 아름지기 기획전을 후원하며 전통문화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조명하는 전시에 깊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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