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 ‘책 읽는 사회’는 돌아올까

2025-03-13

“전에는 사람들에게 ‘왜 책을 안 읽나요’라고 물어보면 ‘일이 바빠서’라거나 ‘TV나 인터넷에서 볼 게 많아서’라고 대답했어요. 요즘 같은 질문을 하면 오히려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라는 반문이 돌아옵니다. 그런 시대가 됐네요.” 올해 2월 19일 진행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업설명회에서 출판진흥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제 서울 시내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을 보는 것은 희귀한 경험이 됐고 이렇듯 주위에서 책을 안 읽으니 책 판매는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국내 연간 책 발행 총부수는 1990년 2억 4184만 부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2010년에는 1억 631만 부, 2020년 8165만 부, 2023년은 달랑 7021만 부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가장 최근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우리 국민 성인의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종합)은 겨우 43.0%에 그쳤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의미다. 첫 조사인 1994년 독서율(당시에는 종이책만 대상)은 86.8%였다.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이런 추세는 반전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출판계에서 들려온다. 그나마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의 흔적은 유통사들이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만 있다. 대신 아쉽게도 다른 작가의 책들이 안 팔린다. 책 자체를 보는 사람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던 안중근의 말은 이미 구닥다리가 된 모양새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상생활에서 멍 때리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뭔가를 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몰두하는 것은 대부분 휴대폰이다. 대한민국이 휴대폰이나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국민들의 최신 휴대폰에 대한 열망이었다. 물론 휴대폰 같은 전자 기기를 통해 영상이나 텍스트를 보는 것이 꼭 문제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꼭 ‘종이책에서 지식이나 여유를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침은 분명 문제다. 문체부는 3월 6일 공개한 ‘문화한국 2035’ 비전 발표에서 ‘스낵컬처’를 언급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숏폼 등 이른바 스낵컬처 중독 때문에 독서와 같은 ‘진지한 여가’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이 2007년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문체부는 “스낵컬처는 개인의 노력 없이 즉각적 쾌락에 중독시켜 판단력·집중력 저하, 정보 왜곡, 고립·단절 및 사회 갈등 심화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시대 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K컬처가 세계를 휩쓰는 지금, 원천 지식의 창고이자 인문 교양으로서의 책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그럼 정부의 책임은 없을까. 우선 ‘문화재정’ 자체가 적다. 출판진흥원의 올해 예산은 355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27억 원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올해 총예산 6093억 원과는 비교도 안 되고 콘진원의 게임 분야 632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의 예산도 결국은 곧바로 돈이 벌리는 곳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13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시작된 ‘2025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기대를 건다.

물론 정부의 예산 부족 타령 소리만 듣고 있을 수는 없다. 독서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 각자의 책임이다. 그나마 책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은 학부모들이다. 휴대폰만 쳐다보는 자녀들이 불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녀들에게 제대로 책을 읽게 하려면 부모부터 그래야 한다.

앞으로 ‘책 읽는 사회’는 돌아올까. 아마 돌아오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리더가 리더 한다(Readers are leaders)’는 말처럼 결국 승자는 책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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