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개발사업 '대왕고래'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다른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울릉분지 '마귀상어'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인 기업 등 부실 논란이 불거진 미국 업체가 연달아 유망성 평가 용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7개 유망구조(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곳) 중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돼 가장 먼저 시추가 이뤄진 곳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가스 징후는 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사실상 실패를 밝혔다.
당초 최소 5번은 탐사 시추가 필요하다고 예상했지만, 1차 탐사 결과 추가 시추를 진행할 정도의 매장량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유전 개발 특성상 낮은 성공률을 감안하더라도 싸늘한 여론을 감안하면 나머지 6개 유망구조 개발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당초 기대감을 키운 것은 정부였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왕고래 사업을 설명했다.
같은 자리에서 안덕근 산자부 장관은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고 했다. 당시 삼성전자 시총(약 440조원) 기준으로 약 2200조원 가치를 말한 셈이다.
잇달아 평가 용역을 따내고 있는 미국 자문 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나온다. 액트지오는 한국석유공사에 동해안 유전설의 근거가 된 낙관적인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당시 용역비로 받아간 돈이 약 40억원이라고 한다.
액트지오는 최근 울릉분지에 51억 배럴 이상 가스·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을 다시 제안했다. 이 회사는 설립자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의 1인 기업으로 회사 사무실이 미국 텍사스의 가정집으로 돼 있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용역을 계속 맡겨도 되는지 비판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측은 울릉분지 유망성 평가용역 입찰에서 액트지오 한 곳만 참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3개 업체에 입찰안내서를 보내 이들 모두 입찰에 응했으나 석유공사 자체 기술평가로 액트지오만 기준을 통과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