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무더기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연구 방법론 중 하나인 '기능획득'(gain of function) 실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을 2020년 대선의 주요 패인으로 믿고 있는데, 중국의 관련 연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앙'이란 의혹과 관련된 조치라는 풀이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능획득 연구에 대한 연방 차원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기능획득 연구를 하면 팬데믹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세균·바이러스 등에 대한 대응법을 조기에 개발할 수 있지만, 이를 막겠다는 의미다. 단, 조류 인플루엔자(H5N1) 등 일부 연구는 예외적으로 계속 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간 미 정치권에선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이 중국 우한(武漢)의 한 연구시설에서 유출된 바이러스라는 의혹이 제기된 뒤, 기능획득 연구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염두에 두고 연구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다.
WSJ은 "공화당은 (기능획득) 연구를 비판해 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특별 소위원회'는 지난달 최종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한 실험실에서 출현했을 공산이 매우 크다"고 썼다.
다만 위원회도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진 못했다. 미 당국 내에서도 국가정보위원회(NIC) 등 4개 정보기관은 '자연발생설'에, 연방수사국(FBI)과 에너지부는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둬 의견이 엇갈렸다.
지원 중단 가능성이 전해지자 감염병 학계는 반발했다. 미국의 바이러스 연구 역량이 다른 국가보다 뒤처지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소속 면역학자인 지지 그란벌은 WSJ에 "우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연구를 멈춘다는 건 끔찍한 아이디어"라면서 "(바이러스 위협을) 외면할 수는 있겠지만, 바이러스를 이해하지 않고선 해법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