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리걸테크가 아니라 법률 솔루션 기업입니다”
최근 만난 리걸테크 기업 관계자는 자신들의 사업이 '리걸테크'로 불리는 것에 한사코 선을 그었다. 리걸테크로 분류되는 순간 규제의 그물망에 걸릴 수 있다는 불편함이 보였다. 국내 시장에서는 리걸테크가 '스타트업의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법무부는 '변호사검색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리걸테크를 위한 제도적 기준을 제시했다. 그간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업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생각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어서 불필요한 법적 갈등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2차 가이드라인에서 이를 다룰 예정이라고 하나, 글로벌 생성형 AI가 법률 조언까지 해주는 현실과 시차가 커 우려스럽다.
챗GPT 등 생성형 AI에 법률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수초 만에 답변이 돌아온다. 데이터 정합성이 높아지며 할루시네이션도 줄었다. 여러 모델 간 교차 확인도 가능하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B2C 서비스가 변호사법의 '비변호사 법률업무 금지' 조항에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변호사 대상 서비스로만 제공 중이다.
국내 리걸테크가 가진 소버린 AI 역량을 활용하면 글로벌 AI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리걸AI 가이드라인은 이 지점을 외면해선 안 된다.
글로벌 AI는 이미 완결된 법률 서비스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리걸테크만 반쪽짜리 서비스로 남게 해서는 안 된다. 사법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변호사제도개선특위 출범 이후 이번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18개월이 걸렸다. AI 가이드라인은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 글로벌 AI는 매일 진화 중이다. 국내 리걸테크가 제자리걸음만 하게 두어선 안 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